[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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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공사 중단을 불러온 공사비 인상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 공사계약에 대한 ‘무용론’까지 대두됨에 따라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건설사와 조합간의 갈등이 일반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조합이 사업정상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시공사업단에게 제안했다. 공사가 멈춘 둔촌주공 현장에는 유치권 행사를 알리는 경고문이 부착됐다.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조합이 사업정상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시공사업단에게 제안했다. 공사가 멈춘 둔촌주공 현장에는 유치권 행사를 알리는 경고문이 부착됐다. [사진=심민규 기자]

최근 공사 중단에 이어 타워크레인 철거까지 진행하고 있는 둔촌주공이 대표적인 현장이다.

둔촌주공은 기존 5,930가구를 철거하고 무려 1만2,032가구를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장이지만, 조합과 건설사간의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15일 공사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조합은 기존 공사비 인상분은 물론 특화 공사비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지급과 일반분양 추진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사진=한주경DB]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사진=한주경DB]

대조1구역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자와의 갈등으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이 구역은 지난 2019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철거까지 완료했지만, 착공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비 협상이 늦어지면서 시공자인 현대건설과의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가계약 당시 3.3㎡당 43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528만원까지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은 공사비 증액 규모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시공자 입찰 과정에서 공사비 문제로 유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수진1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 [사진=심민규 기자]
수진1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 [사진=심민규 기자]

실제로 지난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성남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은 공사비 문제로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4일 LH는 신흥1구역 재개발의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수진1구역도 시공자 입찰 절차를 진행했지만, 마찬가지로 참여 건설사가 없어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다.

신흥1구역 일대 [사진=이혁기 기자]
신흥1구역 일대 [사진=이혁기 기자]

신흥1구역과 수진1구역은 각각 5,259가구와 4,183가구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예정인 대규모 사업장이다. 두 구역 모두 총공사비가 1조원이 넘지만, 3.3㎡당 공사비가 495만원으로 예상보다 낮은 것이 유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의 재개발사업 현장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의 재개발사업 현장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부산 우동3구역도 약 3,000가구에 육박하는 건설 규모에도 유찰을 피하지 못했다. 건설사들은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를 수용할 경우 ‘적자 시공’을 우려해야 하는 만큼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사비 인상 갈등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 러·우 전쟁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시멘트 등의 수입가격이 폭등한데다, 인건비도 대폭 올라 공사비 증액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허미경 회원지원부장은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공사비 협상을 앞두고 시공자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며 “건설과 관련된 실제 지표들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정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건설사가 모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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