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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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냐, 건설공사비지수냐”

최근 건설 자재 파동으로 조합과 건설사간의 공사비 갈등이 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적용 방식이 분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조합은 시공자가 입찰이나 가계약 당시 제안했던 소비자물가지수 적용을 주장하는 반면 건설사는 자재 가격이 급등한 현실을 반영해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일상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통계청이 작성하는 지수다. 정부의 재정이나 금융정책의 기초자료로 이용하고, 가계지수와 국민소득계정 등의 경제지표로 활용된다.

[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는 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와는 달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통계를 작성하며,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비 산정과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과거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 건설사는 물가상승률 적용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거나, 혼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두 지수의 상승률 차이가 기간에 따라 최대 3~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020년 3월 99.94에서 2022년 3월 기준 106.06으로 2년 동안 약 6%가 상승했다.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3월 118.06에서 2022년 3월 기준 143.06으로 무려 21% 이상이 올랐다.

따라서 물가상승률 적용 지수에 따라 실제 공사비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3월 공사비로 3.3㎡당 500만원에 시공자를 선정한 조합이 올해 3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설계변경 등의 다른 공사비 인상 요인이 없다면 단순 계산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 경우 530만원(500만원+500만원×6%)이 적정 공사비다.

하지만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할 경우 불과 2년 만에 105만원(500만원×21%)이 오른 605만원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하면 무려 3.3㎡당 75만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시공자 선정 이후 본계약까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 차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물가상승률 적용 기준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이다. 건설사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할 경우 실제 공사비 인상분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러·우 전쟁과 유가 상승 등으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최소 30% 이상 급상승해 기존 계약으로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 원자재와 노무비가 큰 폭으로 상승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콘크리트의 경우 입찰 예가의 85~90% 수준에 낙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120%에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근 러·우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해 본계약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 현장에서는 공사를 진행할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합은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하면 상승률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공사비가 과도하게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입찰제안서나 가계약서 등에 공사비 인상 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명시하고 있는데도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할 경우 자칫 조합원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경기도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만큼 시공자가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한 공사비를 요구하는 것은 일부 이해가 된다”면서도 “가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물가지수를 적용할 근거가 없는데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상승률 차이도 큰 만큼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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