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생태계가 바뀐다
상태바
수주 생태계가 바뀐다
  • 심민규 기자
  • 승인 2022.06.10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우 전쟁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소비자물가→건설공사비지수 전환

일부 현장, 공사 진행될수록 손해
3.3㎡당 공사비가 800만원 넘기도

신흥1 등 입지 좋아도 시공자 유찰
‘일단 따고 보자’식 수주는 옛말
중대재해처벌법에 수주기피 현상도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수주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정비사업은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건설사의 곳간을 상당 부분 책임졌지만, 최근 공사비 급증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이에 따라 자칫 시공권을 확보하고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일단 따고 보자’식이 아닌 현실성 있는 제안을 통해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우선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변화는 물가상승에 대한 기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시공자 참여제안 시 실착공까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거나, 물가상승률이 낮은 지수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등의 상승률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과 노무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계약을 마치고 현재 공사에 들어간 현장에서는 이익률이 크게 감소하거나, 손해를 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입찰참여 시에 물가상승 기준을 실제 공사비 인상폭과 유사한 건설공사비지수를 제안하거나, 소비자물가지수와 산술평균한 지수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미 시공권을 확보한 현장에서도 당초 제안했던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건설공사비지수나 산술평균치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공사비 제안도 현실화하고 있다. 사업장 규모나 공사여건, 마감수준 등에 따라 공사비에 차이가 있지만, 불과 2~3년 전만하더라도 400만원 후반에서 500만원 초반의 공사비가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3.3㎡당 공사비가 800만원을 넘는 사례가 나타날 만큼 공사비가 급격하게 올랐다.

공사비 상승의 이면에는 분양가 규제가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공자를 선정한 이후 본계약, 설계변경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공사비를 증액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사업단계별로 공사비 인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 당시 저렴한 공사비 제안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조합 입장에서도 일반분양가가 상승하는 만큼 공사비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 물론 조합은 공사비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지만, 분양가 상승분이 공사비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사의 공사비 요구에 대해 적정 수준의 인상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양가상한제와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등으로 사실상 일반분양가에 뚜껑이 덮이면서 공사비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한정된 분양수익으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사비 절감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급등한 공사비를 현실화하려는 건설사와 수익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공사비를 낮추려는 조합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가는 등 공사와 관련된 규제가 강화된 점도 건설사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인력난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높은 인건비를 제안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혜택에도 안전관리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도시정비법도 과장 홍보나 과당 경쟁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개정이 잇따르면서 적극적인 수주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사비 인상 부담과 처벌 강화 등으로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유찰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성남 신흥1구역과 수진1구역은 각각 5,000가구와 4,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현장에 서울과 인접한 입지조건에도 공사비 조건이 맞지 않아 건설사들이 모두 입찰에 불참한 바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