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있으면 의욕이 생기고, 그 의지가 또 다른 결과물을 낳아 선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자칫 패배의식에 물들 수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5구역의 예전 모습이 그랬다. 지난 2008년부터 재건축 움직임이 있었지만 2015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7년간 재건축에 진척이 없자 사당5구역 주민들의 마음이 절망감으로 젖어갔다.

이 가운데 2014년 구역에 전입한 강성수 현 조합장은 낙심한 토지등소유자들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위기감이 크게 들었다고 한다. 2015년부터 본인이 직접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비를 털어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접 소유주들을 방문해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 발로 뛰기 시작했다.

더불어 서울시청·동작구청과 협의를 통해 5번의 도전 만에 2017년 3월 정비구역 지정을 이뤄냈다. 이어 같은 해에는 추진위원회 승인, 이듬해 조합설립까지 마치는 등 사업에 이바지했다. 표류하던 사업을 올해 2월 사업시행인가까지 이끈 강성수 조합장을 만나봤다.

강성수 조합장 | 사당5구역 재건축 [사진=이호준 기자]

 

그간 사당5구역의 재건축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당초 구역 내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타 지역에 거주했었다. 이후 2014년 이사를 와서 지난 2008년부터 재건축이 시작됐고, 그동안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주민들은 오랜 시간 결과물이 없는 현실에 지쳐있었고, 사실상 재건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구역 내 주민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어 가칭 추진준비위원회의 추진위원으로 나섰고, 직접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부족한 동의율을 확보해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결국 2017년 3월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정비구역 지정을 이뤘고, 주민들의 추천으로 같은 해 11월 추진위원회 승인과 함께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인 2018년 90%가 넘는 동의율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2년 12월 건축심의를 거쳐 올해 2월 14일 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마쳤다.

 

정체됐던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이끌어 오신 셈인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2014년에 이사왔을 때까지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당시 추진주체와 소유주들 간에 소통이 부족했고, 사실상 멈춰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주민들의 심정이 어땠겠나. 몇 년 동안 이야기만 나오고 이뤄낸 게 없었으니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이해가 갔다. 이 시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가장 힘들었다. 인근 조합장들과 전문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자문을 구했고, 시청·구청을 끊임없이 방문해 질의와 사업추진을 위한 협조를 구하는 데에 주력했다. 또 우리 구역이 구릉지로 이뤄져있어 제2종7층일반주거지역으로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정비사업에서 사업성은 핵심사안으로, 이를 개선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쏟았다.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나

사당5구역 재건축 사업개요 [표=홍영주 기자]

사업성과 용적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시 용적률을 190%까지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구청 측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협의했다. 결국 2021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정비계획변경을 통해 용적률을 210%까지 늘릴 수 있었다. 층수의 경우도 평균 7층 이하에서 10층 이하, 최고 층수는 10층에서 12층까지 상향됐다. 총 세대수도 425세대에서 510세대까지 크게 늘렸다. 현재 분양가 추이를 볼 때 약 1,500억원의 추가 수입을 창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도 박일하 동작구청장 등 구청 측과 사업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17일 박 구청장을 비롯한 담당 직원들이 조합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논의하기도 했다. 아직 방안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과 구청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게 된 본인만의 강점이 있나

모두가 No를 외칠 때 Yes라고 답하고 행동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주효했던 것 같다. 처음에 추진위원으로서 주민들과 대화할 때 ‘어차피 우린 안 될 거야’라는 패배의식이 많았다. ‘내가 되게 하겠다, 믿고 따라와 달라’고 독려와 설득을 이어갔고, 점차 진행될수록 희망을 갖고 협력해주시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조합설립 당시 동의율이 이를 증명한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동의해주셨는데, 초기 시절과 180도 달라져서 뿌듯하고 책임감이 더욱 강해졌다. 아울러 대학원과 회사시절부터 기획, 일정관리 파트에 오래 종사했고 항시 계획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 일정을 짜고 실천해왔다. 해당 부문을 전공했던 것과 회사경력도 크게 도움이 됐다. 실제로 재건축 사업도 목표와 계획 일정에 맞물려 예상 범위 내에서 잘 진행돼왔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업체인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사당5구역 재건축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사당5구역 재건축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최근 공사비가 급상승한 것이 정비업계 주요 이슈다. 현명한 공사비 협의는 곧 합리적인 사업비 지출로 이어지고, 사업성과 조합원분들의 부담 경감으로 직결된다.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시할 수 있는 건설사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 구역은 사실상 강남생활권인 만큼 유명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는 1군 건설사 중에서 선정하길 원한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3개사 정도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합은 현재 시공자 선정 절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는 4월 중 입찰 공고를 내고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총회를 개최해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다. 조합원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창출할 수 있는 건설사를 바란다. 

 

최근에는 분담금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고급화하자는 의견과

비교적 적은 분담금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으로 나뉘는 현장이 많다.

조합원들의 생각은 어떤지

서울 동작구 사당5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서울 동작구 사당5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우리 구역에는 원래 노년 인구가 많았고 분담금에 부담감을 느끼는 소유주들이 다수를 이뤘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손바뀜이 많이 일어났다. 원주민들 중심의 노년 인구는 고급화 전략보다는 분담금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원하고, 젊은 세대들은 최대한 고급마감재 등을 도입해 미래 가치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는 반반 정도의 비율이라고 보면 맞다.

 

새로 건립될 아파트가 어떤 모습이길 원하나

우리 구역은 약 36만8,400㎡에 달하는 까치산공원과 맞닿아 있다. 향후 ‘숲세권’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곳이다. 이런 강점을 활용해 까치산공원과 연계한 친환경 아파트로의 재탄생을 희망하고 있다. 조합장을 맡다보니 다양한 신축 현장에 가보게 된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과 웅장한 문주, 드넓은 주차 공간 등은 기본적으로 다들 가지고 있었다. 이런 보편적인 편의 시설과 우리 구역만의 장점인 친환경 인프라가 어우러진 친환경 고급 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구상해볼 계획이다.

 

조합원분들에게 한 말씀

강성수 조합장 | 사당5구역 재건축 [사진=이호준 기자]
강성수 조합장 | 사당5구역 재건축 [사진=이호준 기자]

지금까지 믿고 신뢰해주시며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조합원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린다. 공사비가 급등한 시기에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답은 있다고 생각한다. 집행부는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시하는 건설사 선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얼마 전 박일하 동작구청장도 우리 조합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면서 방안 논의와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사업성을 보다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모두가 차별화·고급화된 멋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그 날이 빠르게 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믿어 주시고 협력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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