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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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무릎을 꿇었다.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의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경쟁을 벌인 포스코이앤씨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분야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삼성이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경쟁사에게 시공권을 빼앗기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반면 포스코는 지난 몇 년간 ‘정비사업의 신흥강자’라는 평가가 허명이 아님을 재입증하게 됐다.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지난 27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 파트너로 낙점했다. 이날 포스코는 조합원 297명 중 171표(57.6%)로 과반수의 표를 받았다. 경쟁사였던 삼성물산은 124표(41.8%)에 그쳐 시공권 확보에 실패했다. 직접적인 표 차이는 47표에 불과하지만, 조합원이 300명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득표율에서 15% 이상으로 큰 차이가 난 셈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번 수주 실패로 건설부분 최강자라는 명예에 금이 가게 됐다. 수주 과정에서 글로벌 건축설계회사와 협업하고, 미래형 차세대 주거모델인 ‘래미안 넥스트홈’까지 적용하겠다고 홍보해왔다. 여기에 공사기간 단축, 공사비 상승 최소화, 최저금리 한도 없는 사업비 조달 등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1억원 절감하겠다고 제시하면서 사실상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내놨다.

하지만 앞서 입찰과정에서 일부 서류를 누락하고, 래미안 브랜드의 고급버전으로 평가 받는 ‘원(one)’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삼성의 수주 의지가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경쟁사를 한수 아래로 보고 입찰에 참여한 뒤 표심에서 밀리자 뒤늦게 공세에 나선 것이 패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포스코 입장에서는 이번 수주를 통해 정비사업을 넘어 주택업계 최강자로 평가를 받는 삼성이라는 대어를 잡았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삼성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도급순위에서 지난 10년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건설사다. 지난 몇 년간 정비사업 분야에 소극적이긴 했지만, 여전히 래미안이라는 브랜드의 위용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번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의 시공권 확보로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의 평판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입찰 제안을 통해 해외 유명기업들의 마감재를 대거 제안하고, 합리적인 공사비와 사업비용 지원 등을 적극 제안해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성 있는 입찰을 제안하면 조합원들이 알아주실 것이라 판단했다”며 “포스코이앤씨의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오티에르의 가치를 제고해 최고의 아파트를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과 포스코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의 시공권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재대결이 성사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석한 상태로 내달 15일 양사가 입찰에 참여하면 경쟁 상대로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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