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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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이 설계자 선정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키로 결정했다. 시가 용적률 360% 적용 설계안을 제시한 희림건축을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조치한 것에 대해 법률 전문가의 자문과 대의원회를 거친 결과 중단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지원자인 구청도 아닌 시가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고발조치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희림건축을 고발한 시 공무원이 되레 조합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2일 공고문을 통해 설계자 선정 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희림건축이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에 대해 시가 고발조치를 한데 이어 구청도 설계자 선정과 관련한 재검토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보다 앞서 시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압구정3구역의 건축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한 설계안을 제출한 희림건축과 나우동인건축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구도 지난 12일 조합에 공문을 보내 △설계자 선정 안건 총회상정 여부 재검토 △조합원 통보 내용에 대한 변경내용과 통지방법 △투표 완료 조합원에 대한 처리계획 등에 대해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설계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대의원회를 개최해 오는 15일로 예정된 설계자 선정 총회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심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다수의 대의원은 설계자 선정 총회에 대한 중단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예정대로 진행키로 결의했다.

실제로 다수의 법률전문가들도 이번 설계자 선정 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희림건축을 형사고발 조치를 했더라도 수사기관의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데다, 법원에서도 유죄 선고를 내릴지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시가 제기한 범죄혐의인 사기미수나 업무방해 등이 적용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판단이다.

법무법인 현의 나철용 변호사는 “설령 설계업체가 입찰지침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위반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총회결의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공정한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못해 조합원의 의결권을 침해해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 취지를 몰각한 경우에만 총회결의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구정3구역의 경우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일단 총회를 진행하더라도 결의가 무효가 될 정도로의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희림건축도 이번 설계안이 조합의 설계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른 결과인데, 되레 시가 일방의 주장만을 근거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지침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 범위 내에서 설계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합원들도 시의 고발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시가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특정 후보업체를 고발함에 따라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에 왜곡을 불러와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원은 시가 되레 조합의 정상적인 총회 업무를 방해했다며 시 관계자를 고발했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도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시가 무슨 자격과 의도로 고발조치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럴 바엔 시가 입맛대로 설계업체를 선정해서 통보하지, 굳이 경쟁입찰을 진행해 총회에서 선정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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