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열린 압구정3구역 신속통합기획 주민설명회 [사진=심민규 기자]
지난 4월 25일 열린 압구정3구역 신속통합기획 주민설명회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의 재건축 설계 수주전이 과열 경쟁을 넘어 ‘진실 공방전’으로 번지고 있다. 희림건축이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출하자 해안건축이 공모지침 위반을 이유로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조합의 중재로 일단 홍보전이 다시 재개됐지만, 서울시가 되레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가 한쪽 후보업체를 콕 짚어 법적 근거가 모호한 혐의로 고발조치함에 따라 ‘특정 업체 편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은 설계공모 절차의 일환으로 지난 1일부터 설계 공모에 참여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하 해안 컨소시엄)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하 희림 컨소시엄)의 홍보관을 열고, 주민들을 상대로 설계안 전시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안 컨소시엄이 희림 컨소시엄의 설계안이 조합의 설계공모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희림 컨소시엄이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조합이 제안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안 컨소시엄은 조합에 시정조치를 요구하면서 홍보관을 잠정폐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희림 컨소시엄의 주장은 달랐다. 설계 지침에는 조합의 정비계획(안)에 따라 공모작을 제안하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를 포함토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희림 컨소시엄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적용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설계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에 3종일반주거지역 내 건축법 등에 따른 용적률 완화 중첩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질의한 결과 용적률 최대한도(300%)의 120% 이하까지 중첩 적용이 가능하다는 질의회신을 근거로 내세웠다.

설계안에 대한 공방과 홍보관 폐쇄 등이 발생하자 조합이 중재에 나섰다. 조합은 이사회와 간담회, 개별 대면 및 양사 협의 등의 노력을 진행했음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조합은 해안 컨소시엄에 홍보관 운영 재개를 요청하는 한편 희림 컨소시엄에는 법적상한용적률인 300%를 적용한 평형별 평면도를 홍보관에 전시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이미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에게는 새로운 설계안을 평가해 재투표할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희림 컨소시엄를 고발조치하면서 새로운 분쟁을 키우고 있다. 시는 지난 11일 희림 컨소시엄이 건축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한 설계안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강동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 각각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내용은 사기 미수와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다. 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해 조합원과 주민 등을 현혹했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고발조치를 한 시의 행동에 되레 의문을 품고 있다. 혐의 자체가 불분명한데다 법적 근거도 모호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발에 나선 게 되레 특정 업체 편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희림 컨소시엄이 설계공모를 위반한 것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행정청인 서울시가 나서서 선제적으로 고발 조치한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시가 혐의로 제시한 사기 미수나 업무방해, 입찰방해 등이 성립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는데다 어떤 법률 근거로 혐의 여부를 판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설계 논란에 대해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의결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합의 설계자 선정 계획서에 따르면 설계응모자가 4개 이하인 경우에는 심사를 진행하지 않고, 참가업체를 모두 총회에 상정해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실격처리 등을 진행할 권한이 없는 만큼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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