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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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대표하는 단지들의 ‘초고층’ 적용 여부가 사업단계에 따라 선택이 갈렸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송파 잠실주공5단지는 초고층 추진에 긍정적인 반면 이주·철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서초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현행 계획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시는 지난 1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확정·고시하면서 주거지역에 적용했던 이른바 ‘35층 룰’을 폐지했다. 한강변 등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의 초고층 가능성이 열리게 된 셈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일대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일대 [사진=심민규 기자]

이에 따라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들이 층수 상향에 나섰다. 우선 잠실5단지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층수 상향과 사업기간 단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합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통기획 자문방식을 신청하기 위한 동의서 징구에 나섰다. 신청 요건인 동의율 30% 이상은 이미 충족했으며, 현재 약 45% 가량의 동의서를 징구했다. 당초 조합은 오는 19일 신통기획을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잠시 보류키로 했다.

이번 신통기획에는 ‘2040 서울플랜’을 적용해 최고층수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계획상 최고 50층으로 계획됐지만, 신통기획을 통해 추가로 10층 이상 상향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언론 보도처럼 잠실역 인근 준주거지역에 대한 70층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최고층으로 건설할 경우 송파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자칫 공사비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되레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신통기획 수립 과정에서 적정 층수를 산출해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49층 계획안 조감도 [자료=조합]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49층 계획안 조감도 [자료=조합]

반면 반포주공1·2·4주구는 최근 층수 상향 계획이 무산됐다. 조합은 지난 16일 정기총회를 열고 ‘서울시 35층 층수제한 폐지에 따른 49층 설계변경 진행의 건’을 상정했지만, 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합은 서울시가 2040 서울플랜을 통해 35층 높이규제를 전면 폐지함에 따라 49층 이상으로 층수를 상향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미 다수의 재건축 현장에서 층수상향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설계변경을 통해 단지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층수상향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반포주공1·2·4주구의 경우 일부 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축물이 철거를 마치고, 멸실 처리까지 완료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행 35층 계획대로 착공에 들어가는 동시에 49층 설계변경 업무를 병행해 입주시기를 최대한 단축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49층 상향에 따른 장점 [자료=조합]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49층 상향에 따른 장점 [자료=조합]

특히 조합은 49층으로 상향할 경우 반경 1㎞ 이내에 유일한 초고층 단지로 랜드마크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행 아파트 50개동이 43개동으로 줄어들어 한강조망과 남향세대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원의 경우 한강조망 100%를 기본으로 관악산 조망 특화까지 가능하고, 남향세대도 현행 2,992가구에서 4,550가구로 대폭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현행 층수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총회에 참석한 1,980명 중 1,297명이 반대함에 따라 층수 상향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층수변경에 따른 공사비가 약 1,500억원 가량 증가하는데다, 인허가 비용(약 300억원)과 이주비 금융비용(약 400억원)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공사기간도 약 7개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고층’보다는 ‘가성비’를 선택한 셈이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조합원들이 추가 공사비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향후에라도 조합원들이 요구하면 층수 상향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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