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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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올해 초 ‘35층 룰’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한강변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초고층 아파트 건립 바람이 불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5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하면서 향후 20년 간 서울이 지향할 도시의 미래상을 그렸다. 주요 내용으로는 일률적·절대적 수치인 35층 높이 제한을 삭제하고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통해 창의적인 도시경관을 만든다는 방침이 담겼다. 이에 따라 여의도를 시작으로 동부이촌동, 압구정 지구, 잠실5단지, 반포1·2·4주구 등 노른자위 정비사업장들이 층수상향을 위해 다양한 계획안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의도 일부 단지들은 이미 초고층 계획안을 통과하고 준비를 마쳤다.

 

▲한강맨션 68층, 압구정 지구·반포1·2·4주구는 50·49층… 한강변 스카이라인 대변화 예고=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재건축 대장인 한강맨션과 압구정 2~5구역, 반포1단지 1·2·4주구 등이 층수 변화를 계획하면서 한강변 스카이라인에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한강변을 포함한 서울 전 지역은 35층 룰을 적용 받아 제한적인 구상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내 정비사업장들은 층수 요건이 삭제되면서 다양한 건축계획안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그 중에서도 알짜지역이라고 평가받는 한강 인근 사업장들이 발 빠르게 나서 각각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한강변 스카이라인 계획안 [사진=서울시]
여의도 한강변 스카이라인 계획안 [사진=서울시]

실제로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동부이촌동, 압구정, 반포, 잠실 등보다 앞서 이미 60층 내외의 초고층 스카이라인 계획안을 통과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65층, 한양아파트는 54층 등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한강맨션 [조감도=GS건설]
한강맨션 [조감도=GS건설]

뒤이어 한강 주변에 위치한 알짜 현장들도 층수 상향을 위한 제반작업에 한창이다. 강북 최고 부촌 중 하나인 한강맨션은 기존 35층 계획안을 탈피해 최고 68층 초고층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은 지난 11일 최고 68층 신축 단지 건립을 골자로 한 정비계획변경안을 용산구청에 접수했다. 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최고 56층의 ‘래미안 첼리투스’를 뛰어넘는 동부이촌동 일대 최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

압구정일대 재건축구역 현황 [그래픽=홍영주 기자]
압구정일대 재건축구역 현황 [그래픽=홍영주 기자]

압구정 2~5구역과 반포1·2·4주구의 경우 각각 50층 이상 및 49층으로 상향하는 계획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달 25일과 26일에 걸쳐 압구정 2~5구역에 대한 신통기획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열린 설명회에서는 압구정2·3구역에 최고 50층 높이의 신축 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신통기획 초안을 공개했다. 준비한 기획안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검토를 통해 확정안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조감도=현대건설 제공]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조감도=현대건설 제공]

반포1·2·4주구는 다음 달 중 총회를 열고 층수상향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조합원 표결에 맡길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오는 5월 16일 총회를 열어 최고 49층으로의 높이 상향안 통과 여부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해당 안건이 가결될지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고 모든 건 조합원들의 투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도 지난 6일 최고 50층을 계획한 건축심의를 구청에 접수했다. 한강변 동은 38층 내외로, 잠실역 인근 동은 50층까지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일대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일대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발표로 층수 제한 폐지해 도시 경관 살린다… 사업 활성화도 기대=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대한 움직임은 서울시의 정책기조 변화가 뒷받침이 됐다. 시는 앞서 올해 초 층수 다양화를 골자로 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건축물 높이를 다양화해 도시 경관을 한층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층수 제한으로 사업이 지체됐던 사업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도 기대한다. 또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장벽을 낮춰 미래형 도시계획체계도 함께 구상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5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공고했다. 도시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35층 제한을 삭제한 것이다. 당초 층수 제한은 일조권·조망권의 독점을 막겠다는 등의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각각 최고 50층, 49층 계획안을 내놨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또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는 당초 50층 높이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35층 룰’에 발목 잡혀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성수4지구는 지난 2017년 최고 50층 높이로 건축심의를 접수했으나 반려됐다.

시는 새로운 도시계획안을 통해 일률적인 스카이라인 조성을 지양하고 창의적인 도시경관을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층수 제한은 폐지되지만 용적률과 건축 연면적 등은 현행을 유지하면서 보다 다양한 신축단지 설계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이 지체돼왔던 현장들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도시 중심지는 다양한 경관 형성을 원칙으로 하되 중심지 기능과 공간구조에 따라 관리할 계획이다. 고밀주거지역의 경우에는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지원계획과 연계해 독창적인 경관관리방안을 마련한다. 시는 도시맥락과 조화되는 디자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용도지역 체계도 개편했다. 용도지역 변경 장벽을 낮춤으로써 주거·상업·공원 등 용도를 구분짓지 않고 지역 특성을 살려 다기능 복합지역을 조성할 예정이다. 사회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최근 상황을 반영해 도시계획을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층수 상향은 초고층 랜드마크 건립이라는 상징성과 동간 거리 확보가 용이해져 쾌적한 단지 구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용산구 첼리투스, 성동구 트리마제 등 한강변 초고층 단지들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아파트 단지로 꼽힌다. 다만 50층 이상 단지를 건립할 경우 초고층 규제를 받는 등 우려도 있다. 층수가 50층 이상 혹은 200m 이상인 경우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돼 피난층 확보 등이 의무화되고 시공도 까다로워 공사비 상승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서울, 지방권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49층 아파트가 다수 형성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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