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에 부동산 정책이 ‘시계제로’ 상황에 빠졌다. 특히 정부가 도심지역 내 주택공급의 핵심 정책으로 꼽았던 재건축·재개발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비사업 관련 법안 처리가 장기화되고, 최근 공포된 법안도 국무위원의 전원 사태로 후속조치가 늦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1기 신도시 정비의 첨병 역할을 할 선도지구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9일 기준 올해 국회에 발의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21건인데 현재 처리가 완료된 법안은 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해당 법안들은 위원장 대안으로 반영되어 폐기된 법안들인 만큼 사실상 3건 법안만이 처리된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나머지 법안 통과가 지연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법안으로 김은혜 의원이 발의한 도시정비법 일부개정안이 꼽히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정부의 8·8 대책의 후속조치로 재건축 조합설립동의율 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9월 국토교통위에 회부되어 지난달 국토법안심사소위를 거쳐 국토위 전체회의까지 통과됐다. 사실상 여·야가 합의한 법안인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목표로 추진한 정책을 반영한 만큼 업계의 기대가 모아졌다. 재건축 동의율 완화를 비롯해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 확대 등이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대폭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공포된 ‘패스트트랙’ 도시정비법도 시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구역지정 전 추진위 구성과 재건축진단 시기 조정 등의 내용이 담긴 도시정비법은 지난 3일 공포되어 6개월(일부규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국무회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시행령·시행규칙 등의 후속 조치가 늦어져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재건축·재개발 하이패스법’의 처리도 중단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도 김 의원이 8·8 대책의 후속법안으로 지난 9월 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토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어 현재 축조심사가 진행 중이다. 헌재 여·야가 탄핵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과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정비에 대한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후계획도시정비는 윤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로 오는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는 공모를 통한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하면서 첫 발을 떼기 위한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힘이 빠진 상태에서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의 행정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토부는 선도지구 후속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각 부처 내각 총사퇴 등으로 인한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달 이주계획과 광역교통대책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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