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역세권 일대가 사상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결단과 함께 재개발 성공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 일대는 2000년대부터 민간 재개발을 시작해 사업시행인가까지 신청했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2017년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돼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홍남표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재개발에 다시 착수해 2023년 서울시 역세권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서대문구는 사업 동력을 위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 지정을 추진하면서 조력자로 나섰다. 이에 올 하반기 정비구역 지정, 주민대표회의 구성 등을 거쳐 이달 초 사상 최초로 자치구청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는 새로운 정비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구는 이번 사업시행자 지정이 일반적인 정비사업 절차 대비 5년 이상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토지등소유자들도 공공이자 인·허가권자의 사업 시행이 공식화된 만큼 투명성과 속도 측면에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례적인 시도로 홍제역 역세권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홍남표 위원장을 만나봤다.
민간 재개발이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두고
한 차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홍제역 역세권 재개발의 일대기가 궁금하다.
과거에도 여러 정비사업 추진 시도가 있었는데, 가장 많은 진전을 보였던 것은 과거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다. 당시 민간 정비사업을 추진해 사업시행인가까지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구역이 상가, 시장, 주택 등이 혼재되는 등 여러 유형의 지역으로 나뉜 탓에 이해관계 대립이 있었고, 주민 뜻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에는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이 강해지면서 반대 동의서가 징구됐고, 2017년에 직권 해제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우리 구역은 오랜 노후화로 일찍부터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수차례 좌초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0년대 접어들면서 다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23년에 74% 이상의 동의와 함께 서울시 역세권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를 목표로 추진하면서 올해 7월에 정비구역으로 다시 지정되는 데 성공했다. 이어 8월 주민대표회의 승인, 이달 초에는 서대문구청장 사업시행자 지정이 고시되면서 사업 정상화를 이뤘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사례는 처음이다.
통상 정비사업은 조합방식이 일반적인데
해당 사업방식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우리 홍제역 역세권구역의 경우에는 한 차례 민간방식으로 실패한 전적이 있다. 또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방편을 마련해 진행하려 했으나 어려움이 따랐다. 이런 배경에서는 공공이 구심점이 된다면 탄탄한 주민 신뢰를 바탕으로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님의 후보시절 공약내용 중 하나기도 했다. 지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자체장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가장 우리 구역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자체장 사업시행자 방식으로 기대하는 장점은
공공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이자, 정비사업 인·허가권자가 사업시행자를 맡는 만큼 그 어떤 방식보다 투명성, 속도 등의 측면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대문구에 따르면 시행자 지정까지 일반적인 정비사업 절차 대비 무려 5년 이상 단축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대상지 지정부터 불과 1년 9개월 남짓 소요됐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님도 유진상가, 인왕시장 재개발을 통해 서대문구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기 때문에, 정체됐던 우리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구청이 구체적으로 재개발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인지
쉽게 설명하자면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공공정비사업의 혜택을 가져가면서, 구청에서 별도의 추진단을 꾸려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홍제지구활성화추진단’이 편성돼 사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와 토지주택공사가 협력하는 공동사업시행을 통해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전문성과 자금안정성 확보 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서대문구청 측에서 SH공사에 공동사업시행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상태고, SH가 내부 논의 중인 상황이다. 공공재개발·재건축사업처럼 종상향,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사업성 제고를 위한 인센티브를 받고,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등의 계획안이 마련된다.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는 것도 동일하다.
이 외에 논의되던 다른 사업방식도 있었나.
또 첫 시도인 만큼 우려하는 부분은 없는지
무엇보다 과거 민간사업으로 아픔을 겪었던 기억이 있고, 역세권 활성화사업의 혜택과 함께 관에서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부침을 겪다보니 우리 집행부는 물론 토지등소유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안정성과 신속성이다. 정비사업 속도에는 주민 단합과 인·허가가 가장 중요한데, 지자체장이 참여하는 사업만큼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사업 유형은 없다고 본다. 첫 시도이지만 서대문구 내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담당 부서 직원들의 경험이 풍부하다. 자금과 전문성 부분을 주택공사가 보완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 없다.
홍제역역세권 구역의 현 상황은
우리 구역은 유진상가, 원일아파트, 인왕시장과 인근 다세대주택 등이 포함됐다. 유진상가와 원일아파트, 인왕시장이 모두 1970년대 초반 형성된 지역으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에 가까운 나이인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 내·외부 문제는 물론이고, 주차부터 배관, 주변 환경까지 모두 노후화돼 한시바삐 개선돼야 하는 지역이다. 입지조건이 좋아 환경만 개선된다면 잠재력이 기대되는 곳인데, 현재는 매우 슬럼화 되면서 상가도 시장도 주거지도 모두 빛을 잃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예전 2003년 홍제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됐을 때도 이미 3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던 것인데, 현재는 2025년이다. 신속한 재개발만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사업시행자 지정을 마쳤으니 가장 시급한 안건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공동사업시행자 등 사업을 함께할 조력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르면 10월 말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내년 초에는 신축 아파트를 시공할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 개최가 목표다. 이어서 내년 3월경에 사업시행인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아울러 서대문구, SH공사 간의 협의 과정에서도 토지등소유자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제역 역세권의 우수한 입지조건을 소개해 주신다면
우수한 교통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우리 구역의 특장점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지하철3호선 홍제역 초역세권인데다 내부순환도로, 서부간선도로를 통한 주요 도심 접근성이 용이하다. 구역의 중심부에 홍제천이 흐르고 안산, 인왕산, 북한산, 백련산 등으로 둘러싸인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는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췄다. 독립문, 무악재 등이 인접한 홍제동 일대는 과거로부터 서울과 개성, 평양, 의주 등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였다. 고려 및 조선시대부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던 곳으로, 현 서부권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토지등소유자들에게 한 말씀
여러분들과 올 하반기부터 정비구역 지정, 주민대표회의 승인, 사업시행자 지정 등 단계별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모두 소유주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다.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밝은 미래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의견과 권익을 대변하는 투명한 주민대표회의가 될 것이다. 인·허가권자이자 사업시행자인 서대문구청과 면밀히 협력해 우리 숙원인 재개발사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감사하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