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0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발표한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가 지난 14일 본회의를 열고 국토교통위원장 대안으로 제출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원안 가결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이미 지난 22일 정부로 이송되어 26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했다.
이번 대안은 김영호·김상훈·권영세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반영한 법률안으로 △정비구역 지정 전 추진위원회 구성 △재건축 안전진단 시기 조정 △공공·신탁방식 입안제안 협약 체결 △전자의결·동의, 온라인 총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건축 안전진단→재건축진단’ 명칭 변경…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실시
재건축 안전진단의 명칭과 시기가 변경된다. 우선 안전진단의 명칭은 ‘재건축진단’으로 개선했다.
앞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 안전진단 명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의 물리적 노후도가 아닌 재건축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명칭으로 개선이 진행됐다.
재건축진단을 실시할 수 있는 요건도 추가됐다.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하려는 자가 입안 요청 전에 정비예정구역이나 사업예정구역에 위치한 토지등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를 받아 요청하면 재건축진단이 가능하다.
또 정비계획을 입안해 주민에게 공람한 곳이나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려는 자가 토지등소유자 10% 이상의 동의로 요청해도 가능하다. 또 시장·군수 등의 승인을 받은 추진위원회나 사업시행자가 재건축진단의 실시를 요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진단의 절차도 변경된다. 기존에는 정비계획의 입안권자가 현지조사 등 예비안전진단 절차를 거쳐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시장·군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건축진단기관에 의뢰해 주거환경 적합성, 건축물의 구조안전성, 건축마감, 설비 노후도 등에 관해 재건축진단을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기존에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정비계획 입안 여부가 결정됐지만, 개정안에는 재건축진단 결과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 여부를 결정토록 변경됐다.
즉 재건축 안전진단의 경우 정비계획 수립 이전에 실시했다면, 개정안에는 사업시행인가 전에 재건축진단을 실시하면 되도록 개선한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 전 추진위원회 구성 가능… 추진위도 정비계획 입안 요청 가능
정비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비계획 수립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도 시행된다.
현재는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진 후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지만, 추진위가 조합설립과 정비구역 지정 업무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먼저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추가됐다. 현행법에는 정비구역 지정이 고시된 후에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지역은 물론 정비구역 지정 전이라도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요건으로는 △기본계획에 따른 정비예정구역이 설정된 지역 △정비계획 입안 요청·제안에 따라 정비계획 입안을 결정한 지역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지역 또는 기본계획에 정비예정구역 범위 등을 생략한 지역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 등이다.
다만 정비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 구성이 가능한 만큼 실제 정비구역이 변경된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다시 승인을 받도록 했다. 대신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자는 정비구역 지정·고시 1개월 이내에 철회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토록 했다.
추진위가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할 수 있는 방안도 추가됐다. 현행법에는 토지등소유자가 △정비예정구역별 정비계획의 입안시기가 지났음에도 정비계획이 입안되지 않은 경우 △생활권 계획 수립에 따라 정비예정구역 등을 생략한 경우 △천재지변 등 긴급 정비사업이 필요한 경우에만 입안 요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정비계획 입안 요청 대상에 추진위를 추가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지역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도 입안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LH·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 전 협약 체결 근거 마련… 토지등소유자 일정 비율 동의 받아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나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 전에 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현행법에서는 LH나 신탁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만, 시행자 지정 전에 협약 체결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는 초기 단계에서 추진준비위원회가 예비신탁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추진준비위원회는 물론 예비신탁사가 모두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인데다, 주민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아 주민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LH 등과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준비나 추진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협약 또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를 받도록 한 것이다.
해당 개정사항은 법제사업위원회의 자구검토를 거치면서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는 물론 추가적인 절차와 확인을 거치는 방안이 추가됐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를 거친 사실을 시장·군수 등에게 확인을 받은 후 동의를 받아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신탁사도 마찬가지다. 신탁업자와 재개발·재건축 관련 협약 등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를 거친 사실을 확인 받아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신탁업자의 경우 공개모집을 진행한 후 협약 등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협약체결 방법이나 공개모집 등에 대해서는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전자서명 동의서 제도 도입… 온라인 총회·전자 투표도 허용
서면동의서를 대신해 전자서명을 통한 동의방식이 도입되고, 온라인 총회와 전자투표도 허용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법으로 기존의 서면동의서는 물론 전자서명 동의서를 제출하는 방법도 추가됐다. 전자서명 동의서는 전자문서법과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을 한 동의서로 전자서명동의서의 본인확인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정법이 시행되면 정비구역 해제 동의 또는 연장, 공공시행자·지정개발자 지정, 추진위 구성,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등과 관련한 동의를 전자서명 동의서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총회도 본격 도입된다. 조합은 일반적인 총회와 함께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재난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온라인총회를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다.
온라인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직접 출석한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온라인총회 개최 시에는 참석한 조합원이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참석 조합원의 접속기록 등을 보관해 실제 참석 여부를 확인·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의견 청취·제시 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전자 투표에 대한 근거와 방법도 정해졌다. 전자문서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전자투표 시에는 정족수 산정 시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전자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전자적 방법 외에 다른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의결권의 행사 방법에 따른 결과가 각각 구분되어 확인·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자적 방법을 통한 의결권의 투명한 행사 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도록 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온라인총회 등 일부 개정규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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