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시공자 조기화 방안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정 방법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시가 개정 조례 규정을 두고 ‘전체 조합원 과반수’에 대한 해석을 ‘시공자 득표수’로 해석하면서 총회 부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방식의 경우에는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 형평성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요 현장별 시공자 득표 현황 [표=홍영주 기자]
주요 현장별 시공자 득표 현황 [표=홍영주 기자]

▲개정 조례상 조합원 과반수 규정, 서울시 ‘의결정족수’ vs 업계·시의회 ‘사전동의율’=시는 지난달 1일부터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의 개정 규정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례상 시공자 선정 방법에 대한 규정을 두고 시와 업계의 해석이 갈리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개정 조례에는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후 시공자 선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공동사업시행방식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시공자를 선정할 지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도 해당 규정을 두고 업계와 같은 입장이다.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김태수 의원은 시공자 선정시기가 앞당겨지는 만큼 사전 동의를 거친 후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는 해당 규정을 전제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을 받은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합원 과반수’라는 규정을 시공자 선정을 위한 의결정족수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시는 공동사업시행방식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하더라도 동일한 동의율이 적용된다고 봤다.

 

▲도시정비법 ‘출석 조합원 과반수’로 의결… 상위법을 뛰어넘는 해석=문제는 시가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총회 의결 규정을 넘어서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는 ‘총회의 의결은 이 법 또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법령이나 정관에서 총회 의결과 관련한 비율을 정할 수 있을 뿐 조례는 위임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는 앞서 2010년에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법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시공자·정비업체 선정과 관련한 규정을 만들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시는 공공관리 적용구역에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선정토록 하는 방안과 정비업체 선정기준을 마련해 이행을 의무화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시기와 관련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해석을 내렸다. 도시정비법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토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시가 공공관리를 이유로 별도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정비업체 선정기준도 유사한 이유로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는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부랴부랴 국회의원 입법을 통해 법령 개정에 나섰다. 이후 2012년 2월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 등을 정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에 대한 해석도 법령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신탁방식의 경우 ‘참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이나 다득표로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까지 지적되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현행 도시정비법상 공공지원제도와 관련한 조항에는 총회 의결방법을 정하도록 명시한 사항이 없다”며 “조례에 법령보다 강화된 비율을 정해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해석대로 기준 적용하면 시공자 경쟁구역 대부분 ‘부결’=시의 해석대로 시공자를 선정할 경우 총회 부결이나 수의계약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 경우 경쟁이 치열할수록 표가 나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경쟁입찰을 막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경쟁입찰로 시공자를 선정한 주요 현장들에 현재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분 ‘부결’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20년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한남3구역의 경우 결선투표까지 거쳤음에도 조합원 과반수 득표를 받지 못했다.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은 3,880명 수준인데 반해 결선투표에서 현대건설은 1,409표를 받아 3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이 제안한 한남2구역 조감도
대우건설이 제안한 한남2구역 조감도

지난해 시공자를 선정한 한남2구역도 마찬가지다. 시공자인 대우건설의 득표수는 407표로 전체 조합원 908명 대비 약 45%로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다. 서울시 기준이라면 부결이라는 의미다.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일대 [사진=네이버 거리뷰]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일대 [사진=네이버 거리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반포3주구도 조합원 과반수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삼성물산이 686표 받아 시공자로 선정됐는데. 정보몽땅에 명시된 조합원이 1,416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득표율은 약 48%에 불과하다. 지난해 노량진3구역 재개발의 시공자로 선정된 포스코이앤씨도 전체 조합원 대비 약 49%로 부결 가능성이 높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립할 경우 전체 조합원이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이상 과반수 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공자 선정이 부결될 경우 조합은 물론 시공자의 손해도 만만치 않은 만큼 굳이 경쟁을 벌인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