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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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담은 1·10대책을 발표한 뒤 기존에 안전진단을 준비하던 단지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하면서 기존에 안전진단 비용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거나 예치금을 모금하던 단지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1·10대책에서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도입과 사업성 제고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준공 30년 이상 단지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통과 의무시기를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 초기 의무적으로 진행해야했던 안전진단 절차를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현행 규정 상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이전에 시행되는 절차다. 쉽게 말하면 건축물이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노후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시행될 경우 추진 과정이 규격화됐던 과거와 달리 탄력적으로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해당 방안이 시행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에 유경준 의원 등 10인은 지난 2월 29일 도시정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21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21대 국회 회기 두 달 안에 본회의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함에 따라 일부 현장에서는 안전진단이 어떻게 변화할지 장담할 수 없어 난항에 빠졌다.

일례로 작년 초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는 취지로 제출한 주택법 개정안은 여섯 차례 법안소위 논의를 거쳐 지난 2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서울 내 재건축을 추진 중인 A추진준비위원장은 “우리 단지는 정밀안전진단 비용 융자를 위한 동의서와 예치금 모금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며 “1·10대책 발표 이후 모금과 동의서 징구가 어려워지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단지는 1·10대책 발표 후 구청에서 설명회를 열어 법률 개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 안전진단을 선행할 것을 권유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A 위원장은 “지난 1월 말 구청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구청 팀장님이 주민들에게 직접 안전진단부터 선행해 사업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며 “설명회 당시 실제로 안전진단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고, 심지어 ‘안전진단 그거 안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오해하고 계시는 주민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아파트는 그나마 구청에서 신경 써줬는데도 이 정도인데, 다른 단지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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