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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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구역 내 철거계획이 확정된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종부세 과세기준일 이전에 조합원의 분양신청과 관리처분인가, 현금청산자에 대한 보상계획 등이 사실상 완료됐다면 부과 면제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는 신탁방식 재개발에 대한 종부세 과세대상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사례여서 향후 유사한 사건에 대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는 지난해 11월 2일 A신탁회사가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종부세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도의 B재개발구역은 지난 2009년 9월 조합을 설립한 이후 사업시행인가와 조합원 분양신청 등을 거쳐 2019년 5월에는 재개발 분양계획 등이 담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어 2019년 8월 조합원분 주택에 대한 신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2020년 5월까지 현금청산자분 주택에 대한 협의나 수용절차에 따른 보상금 지급·공탁 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했다.

또 조합은 2019년 8월 총회를 개최해 지정개발자로 A신탁사를 지정하고, 정비구역 내 부동산을 신탁하는 결의를 거쳤다. 이에 따라 2019년 8월 B신탁사가 재개발사업을 실시하는 내용의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행정청은 2020년 11월 사업대행자 지정을 고시했다.

문제는 해당지역의 세무서가 B신탁사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세무서는 A신탁사가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2020년 6월 당시 신탁재산인 재개발 주택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주택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산해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한 후 약 7억원이 넘는 종부세와 농어촌특별세 등을 결정·고지했다.

하지만 A신탁사는 해당 주택들은 법령에서 정한 종부세 면제 대상 주택인 ‘철거명령을 받았거나,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된 주택’에 해당해 종부세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A신탁사가 보유한 주택이 철거계획이 확정됐고,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됐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우선 재판부는 A신탁사가 보유한 주택이 해당 연도에 철거계획이 확정됐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기존 건축물의 철거 예정시기가 이주비 지급개시일로부터 12개월 이내로 정해졌고, 2019년 9월부터 이주비 지급을 개시했다.

또 2010년 2월 철거회사와 철거공사계약을 체결해 2020년 4월 철거공사 실시를 신고했는데, 당시 상당수의 주택은 퇴거와 단수조치가 완료된 상태였다. 이어 2020년 말경에는 철거공사를 마치고, 행정청에 해제공사 완료 신고까지 끝냈다. 따라서 재판부는 철거계획이 확정된 주택에 해당해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조합원분 주택도 철거명령을 받았거나,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된 주택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분양신청에는 종전자산의 철거 등 처분권을 이전한다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고, 분양신청의 현황을 기초로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주택 등을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을 취득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조합원의 분양신청과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2020년 6월 1일 전에 모두 완료됐기 때문에 조합원분 주택은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된 주택’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현금청산자분 주택도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된 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90일 이내에 현금청산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협의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는 보상금 지급이나 공탁하는 방법으로 수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재판부는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소유하던 주택을 협의 또는 수용으로 취득하는 경우 당연히 철거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지급·공탁하는 보상금은 철거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조합은 2020년 6월 1일 이전에 현금청산자분 주택에 대한 수용보상금의 지급 또는 공탁을 모두 완료하고,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며 “지방세법 시행령에서 정한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철거보상계약이 체결된 주택’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액인 약 1,6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한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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