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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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의 기존 시공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재산정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원고인 시공사업단의 손을 들어준 판결로 향후 손해배상금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지난 12일 방배5구역 재건축의 기존 시공자인 프리미엄사업단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7년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이 시공자인 프리미엄사업단과의 계약을 해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합과 사업단은 공사비와 사업계획, 사업비 대여 등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장기간 진행된 협상에서 협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조합은 사업단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을 새로운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단은 조합을 상대로 시공자지위확인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방배5구역은 2,500가구가 넘는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던 만큼 총공사비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시공권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금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조합이 사업단에게 4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감정촉탁결과 시공자의 이행이익은 약 2,050억원 규모로 실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과 무상제공품목비 등에 대한 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업단의 손해액을 이행이익 20% 수준만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인 서울고법은 1심 판결보다 더 낮은 손해액을 인정했다. 사업단이 주장하는 이행이익인 2,050억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데다, 손해인정 범위도 대폭 줄어든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관리처분계획상 비례율이 줄어들어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부동산 경기와 정부의 금융정책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일반분양에 대한 위험 부담과 사업비 대여금 이자, 공사비 인상 등을 감안하면 이행이익은 더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더불어 조합이 계약해제를 하게 된 원인이 시공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결국 조합이 사업단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50억원 가량이 적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가 산정한 손해액인 50억원에 대한 근거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공사계약이 이행됐더라도 사업단이 얻을 수 있었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가 얼마인지를 객관적·합리적인 방법으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은 추상적 간접사실들만을 나열한 다음 원고들의 이행이익 상당 손해액이 50억원이라고 판단했다”며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손해액을 산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판단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객관적·합리적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법률 전문가들은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의 손해배상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법원이 원고인 사업단의 주장을 받아들인 만큼 손해배상금을 재산정할 경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조운의 박일규 대표변호사는 “감정인의 감정촉탁결과와 달리 법원이 이행이익을 산정하는데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추상적 간접사실만으로 손해액을 산정한 것이 잘못됐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라며 “최근 법원의 판결 추세가 시공자 해지에 따른 손해액을 이행이익의 40~60%까지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배상금액은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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