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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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이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1심에서 기존 시공자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이 무려 410억원에 달했지만, 항소심에서 조합이 사실상 승소하면서 50억원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조합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배상금 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400억원대의 배상금이 50억원으로 삭감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중앙지법, 시공자 이행이익 2,050억원서 공사비·금융비용 등 공제해 20%만 인정=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시공자의 귀책사유가 없기 때문에 조합이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손해배상금은 시공자가 계약을 이행했을 경우 얻게 될 이익, 즉 이행이익에서 실제 공사를 하지 않게 되는 등의 이익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감정촉탁결과 시공자의 이행이익은 약 2,050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해당 금액에서 실제 수행한 공사가 없고, 조합에 무이자로 사업비를 대여할 경우 발생할 이자도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공사기간이 35개월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다른 공사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공사를 시행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실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시공자의 이익은 또 있다고 봤다. 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공사비가 약 406억원 가량 인상돼 추가 지출이 없었고, 무상제공품목비(약 115억원)에 대한 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평당 3,100만원의 분양가를 반영한 고급 마감재로 시공하지 않는데 따른 미지출 비용도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시공자의 이행이익의 20%에 해당하는 약 410억원을 피고가 배생해야 할 손해액으로 정했다. 건설사별로는 내부 정산비율로 안분해 GS건설 약 155억8,000만원(38%), 롯데건설 약 123억원(30%), 포스코건설 약 132억2,000만원(32%)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정책 변경·공사 미수행 등으로 이행이익 불인정… 손해배상 50억원 적정=반면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기존 시공자가 주장하는 이행이익 2,050억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사업시행계획 변경, 정부 정책 등에 따른 환경 변화, 시공자의 의무 이행 책임 등을 감안하면 손해배상금액은 50억원 가량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즉 조합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금은 이행이익에서 공제하는 방식이 아닌 법원이 직접 손해를 산정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우선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 상 채무불이행과 손해발생 경위, 손해의 내용과 성격, 공사계약 해제로 인해 면할 수 있는 비용, 사업상 위험 등의 사정을 고려해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사업계획이 기존 2,557세대에서 3,080세대로 변경되고, 관리처분계획 상 비례율이 줄어들어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2018년 11월 분양한 인근 단지를 기준으로 감정가액을 평가했지만, 국내 경기와 부동산 관련 정부와 금융권의 정책 등으로 제반환경에 변화가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

더불어 1심에서 지적됐던 일반분양에 대한 위험 부담, 사업비 대여 관련 이자, 공사비 인상, 마감재 시공의무 등을 감안하면 시공자의 이행이익을 원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가 공사계약을 이행거절한 일부 책임이 시공자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자는 재건축사업의 성공을 위해 사업비 조달에서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주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조합에 적극적이고 충실하게 협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합이 건설사들의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인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 공사계약을 해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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