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서울시 정비사업 시계추가 빨라지고 있다. 연이은 심의 통과에 초고층 건립까지 허용하면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던 시의 의지가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 직주근접, 교육 등의 부문에서 뛰어난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실거주 욕구가 높은 곳들이다.

실제로 양천구 목동 일대는 지구단위계획 심의 통과로 재건축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도 각각 정비계획 및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 심의를 통과했다. 특히 시는 초고층 건립을 허용하면서 정비사업 추진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 기존에 고집해왔던 35층 층수규제를 탈피하고, 초고층 건립 허용을 통해 스카이라인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다. 각각 최고 65층, 50층 높이로 지어진다. 이 같은 소식에 다른 사업장들 역시 층수상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구 한강맨션과 한남2구역의 경우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제안 받았던 특화설계안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목동지구, 재건축 추진 가시화

목동 신시가지 일대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목동 신시가지 일대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서울시 정비사업 심의를 통과한 곳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목동 일대다. 재건축 추진 밑그림이 완성되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이 예상되고 있다.

시는 지난달 9일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결정(변경)안을 수정‧가결시켰다.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목동 일대는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5만3,000여가구 미니 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한다.

핵심은 종상향이다. 평균 130%대인 용적률을 종상향을 통해 최대 300%까지 허용한다. 일례로 제2종일반주거지역인 목동1~3단지의 경우 4~14단지와 마찬가지로 제3종일반주거지역로 종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목동 14개 단지를 각각 별도의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지별로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시 창의적인 건축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했다.

목동지구는 지난 1980년대 부족한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이후 아파트 노후화에 따라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2018년 재건축 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사업 추진에 시동을 걸었지만 집값 급등을 우려한 정부가 심의안을 반려했고, 재건축 추진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구단위계획안 심의 통과에 따라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 일대는 교육의 메카로 불리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으로 평가 받는다. 목동 2단지와 5단지 사이에 위치한 대규모 학원가를 비롯해 목동초, 월촌초, 경인초, 영도초, 신목중, 한가람고, 경인고 등이 가까워 학군이 우수하다.

 

여의도 시범 등 초고층 건립

여의도 시범아파트 [사진=조합 제공]
여의도 시범아파트 [사진=조합 제공]

이번 심의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초고층 건립까지 허용했다는 점이다. 획일적으로 규제해왔던 35층 룰을 탈피하고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한 것이다. 이 같은 호재는 시내 정비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원활한 사업 추진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고층 건립이 허용된 곳들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대치미도아파트로 각각 지난달 7일과 21일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먼저 시범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 2,500가구 규모로 건립된다. 시는 높고 낮은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이 단지는 지난 1971년 1,584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노후화에 따라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018년 여의도 통개발 논란에 가로막혀 사업 추진이 보류되다가 지난해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추진 동력을 얻었다.

강남권에서도 35층 규제가 깨졌다. 그 주인공은 대치미도아파트로 최고 50층 높이의 아파트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곳은 최고 14층 높이의 아파트 2,436가구 규모로 구성됐으며, 지난 1983년 준공됐다. 지난 2017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하게 흘러왔다. 이후 신속통합기획 추진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한편, 신속통합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주택공급 정책의 일환이다.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절차를 단축시켜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공공지원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약 5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은마, 19년만에 정비계획 통과

은마아파트 외관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 외관 [사진=이호준 기자]

재건축 바로미터로 평가 받는 은마아파트도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 제반을 마련했다.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지 약 19년 만이다.

시는 지난 10월 19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고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시켰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33개동 5,778가구로 건립될 전망이다. 공공기여를 통해 보차혼용 통로를 만들고 1만3,253㎡, 3,081㎡ 규모의 근린공원 및 문화공원도 각각 조성한다.

이번 심의 통과로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던 재건축 밑그림이 마련된 셈이다. 이곳은 지은 지 40년이 지나면서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주민들은 2003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 추진에 시동을 걸었고, 2010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017년 시의 층수규제가 사업 발목을 잡았다. 최고 49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정비계획안이 도계위 심의 결과 반려된 것이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은마아파트 집행부를 만나 실무회의를 개최하는 등 재건축 추진 불씨가 되살아났다.

업계는 재건축 상징성이 높은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정비사업이 전반적으로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 정비업계의 이목이 집중돼왔던 은마아파트 역시 시가 35층 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앞으로 층수 상향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집행부는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가와 동시에 층수 상향조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남2구역 등도 층수상향 검토

한남2구역 조감도 [사진=조합제공]
한남2구역 조감도 [사진=조합제공]

시의 35층 룰 규제완화 소식은 정비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층수상향 조정 검토에 나서는 사업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자 선정을 마친 사업장들의 경우 특화설계로 제안 받았던 내용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실제로 최근 시공자 선정을 마친 용산구 한남2구역의 경우 최고 층수를 21층으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구역은 이달초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대우는 선정 과정에서 혁신설계안을 별도로 제안했다. 한남2구역은 남산 경관보호를 목적으로 고도제한이 설정돼있는데, 이를 완화하면 원안설계인 14층보다 7개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가 획일적인 35층 룰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놓은 방안이다.

한강맨션 역시 시공자가 제안했던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거론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인가서에 따르면 최고 35층 1,441가구 규모로 건립된다. 당시에는 시의 35층 룰에 가로막혀 초고층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후 시공자로 GS건설을 선정했다. GS는 시의 층수규제 완화 움직임에 최고 68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설계안을 선보였다. 당시 시는 35층 기준 폐지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층수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일률적으로 적용해왔던 35층 높이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포함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강맨션 재건축조합 역시 기존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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