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한 사람의 일거주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몰래 사진을 찍고, 미행을 하기도 한다. 행여 다른 사람을 만나기라도하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기 바쁘다.


유명 연예인의 파파라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시공자를 선정한 성남의 은행주공아파트에서 일반 조합원들이 겪은 일들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건설사들의 처벌 규정이 강화된 이후에 발생한 현상이다. 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간접 홍보도 극성을 부린다. 개별 홍보 자체가 법적으로 막히다보니 조합원을 동원하거나, 조합원으로 가장한 홍보요원이 인터넷을 통해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의 처벌 강화 이후 나타난 수주전의 신(新)풍속도이다.

▲불법홍보 발각되면 시공권 박탈·과징금… 조합원 파파라치에 나선 건설사=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의 수주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인근에 수상한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검은 양복을 입거나, 홍보요원처럼 보이는 이들까지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조합 임원이나 대의원은 물론 일반 조합원들을 몰래 따라다니고, 차량 안이나 후미진 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특히 조합사무실이나 홍보부스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도 자주 발각됐다. 일부 조합원들이 항의를 해도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뿐이다. 이들의 정체는 건설사가 고용한 이른바 ‘조합원 파파라치’다.


지난 6월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금품, 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약속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시공권 박탈과 함께 공사비의 최고 20%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건설사가 직접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홍보업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에도 동일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과징금이 부과되는 건설사는 최대 2년간 정비사업의 입찰도 제한된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는 홍보요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을 통해 경쟁사나 조합원을 감시하는 일을 시켰다. 특히 개별 홍보행위를 신고해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1,000만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까지 내걸기도 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경쟁사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면 수주전에서 지더라도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거확보에 주력한 것이 사실”이라며 “건설사 직원과 홍보요원, 협력업체 직원까지 동원됐기 때문에 최소 200~300명 이상이 투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홍보 불가능, 소셜 미디어로 간접 홍보…‘휘황찬란’ 홍보관도 등장=조합원들에 대한 개별 홍보가 불가능해지면서 카카오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홍보전도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에도 홍보공영제란 제도를 통해 개별 홍보를 금지했지만, 처벌 규정이 약한데다 홍보업체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많아 암암리에 불법 홍보가 이뤄졌었다.


하지만 건설사의 처벌이 ‘걸리면 끝장’ 수준까지 강화되면서 OS요원을 통한 직접 홍보보다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간접 홍보를 펼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수주전 당시 전체 조합원의 카카오톡 단체방이 개설된 것은 물론 아파트 통별, 특정 집단별로도 단톡방에서 홍보전이 이어졌다. 


합법적인 홍보 방식이 홍보 부스로 한정되면서 ‘휘황찬란’한 홍보관을 설치한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의 홍보관은 구역 인근의 건물을 빌리거나, 이른바 홍보요원의 휴게실 정도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은행주공에서는 건설사들이 아파트 못지않은 홍보관 고급화 경쟁을 벌였다.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는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대우건설이 마주보고 있는 홍보관을 설치했다. GS·현산은 티타늄 소재의 홍보관을 설치했고, 대우는 남한산성 성곽의 외형으로 홍보관을 만들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합동설명회 외에는 공식적으로 홍보부스에서만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홍보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건설사의 특성상 홍보관의 외관이나 구조도 조합원들의 평가대상이 되는 만큼 고급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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