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의 재개발 시공자 선정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미 경쟁입찰이 2회 유찰되어 수의계약이 가능한데도 구청이 공사비 검토 등을 이유로 절차 이행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는 지난달 23일 조합에 ‘노량진1구역 시공자 선정 절차 관련 협조 요청’이란 공문을 발송한데 이어 29일에도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현재 조합은 시공자 입찰이 2회 유찰됨에 따라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준비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구청의 요구로 수의계약 공고문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조 요청 공문의 내용이 사실상 시공자 선정절차를 불허하는 듯 한 의미여서 대의원회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동작구청이 노량진1구역 조합에 다시 보낸 공문
동작구청이 노량진1구역 조합에 다시 보낸 공문

해당 공문은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점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점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으로 적정 공사비 반영이 필요한 점 △공사원가 산출 내역 자문 이행이 필요한 점 등을 이유로 공공지원자의 검토절차를 이행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적정 공사비를 반영하고, 공사원가 산출 내역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구청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문에는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으로 적정 공사비 반영이 필요할 것”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현재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낮아 인상이 필요하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해당 공사비가 시공자 선정에 앞서 구청과 조합이 협의한 공사비라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 내 재개발구역은 공공지원제도가 적용되는 만큼 구청과의 사전협의 없이는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조합은 구청과 3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해 공사원가 산출내역서, 마감재리스트를 포함한 시공자 선정계획(안)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산출한 공사비는 최초 3.3㎡당 695만원에서 730만원으로 상향됐다.

지난해 8월 동작구청이 노량진1구역 조합에 보낸 공문. 당시 공사비 등이 포함된 시공자 선정계획(안)에 구청과 논의된 사항이 적정하게 반영되어 시공자 선정 후속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8월 동작구청이 노량진1구역 조합에 보낸 공문. 당시 공사비 등이 포함된 시공자 선정계획(안)에 구청과 논의된 사항이 적정하게 반영되어 시공자 선정 후속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구청은 지난해 8월 사전협의 기간 논의된 사항들이 적정하게 반영된 것을 확인해 후속 절차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과 6개월여 만에 공사비를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다시 발송한 것이다.

설령 공사비 인상을 인정하더라도 시공자 재입찰 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는 2회 유찰로 인해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보증금과 기한을 제외한 입찰 가격이나 조건 등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사비가 변동되는 경우 경쟁입찰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고, 2회 유찰되면 공사비가 또 인상되어 경쟁입찰 절차를 재진행하는 무한 반복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건설사가 만족하는 충분한 공사비까지 인상된 후에야 시공자 선정이 가능한 만큼 조합원의 분담금 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과정에서 해당 공사비로 참여한 건설사가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만약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다면 공사비를 인상해 재공고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구청이 조합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률전문가들도 조합의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진행에 대해 2곳의 법무법인이 모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법률상 조합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총회 의결 외에 다른 제한이 없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고를 통한 시공자 선정은 위법하지 않다”며 “조합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공고는 도시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에 부합해 적법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문에 대해 구청은 공사비 검토를 안내한 것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청 담당자는 “최근 원자재가격이 올라 공사비를 다시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조합이 강제로 이행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고 안내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