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섰지만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에서부터 부산까지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 공사비 협상 단계에 이르지 못한 구역들도 수면 아래 가려졌을 뿐 향후 동일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공자 해지 절차까지 진행하며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구역들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조합과 건설사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지점까지 다가섰지만, 양측 모두 여전히 벼랑 끝에 몰렸다.

공사비가 오른 만큼 분양가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시장상황은 지속된다.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막막하다. 조합과 건설사가 들고 있는 마지막 카드는 계약해지와 공사 중단이다. 내놓는 순간 서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겠지만,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은 다가온다.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주요 현장 [표=홍영주 기자]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주요 현장 [표=홍영주 기자]

 

‘공사 중단’ 대조1구역, 제2의 둔촌주공? 조합 내홍의 이면엔 공사비 인상

서울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대조1구역의 공사가 중단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이호준 기자]
서울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대조1구역의 공사가 중단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이호준 기자]

최근 공사비 문제로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한 곳은 대조1구역 재개발이다. 지난 2022년 4월 둔촌주공아파트가 멈춰선 이후 처음으로 대조1구역의 재개발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1월 1일부터 재개발 공사를 중단했다. 해당 공사 현장에 공사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타워크레인을 제외한 일부 장비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공사비가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공사를 중단했다. 현재 공정률이 약 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약 1,8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조1구역이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이유는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해 지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조합임원 해임 등으로 인해 일정이 틀어졌다. 

다만 조합 내홍의 이면에는 공사비 인상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집행부에 대한 불신은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공사비 증액으로 인해 직접적인 해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시공자 선정 당시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431만원이었지만, 2021년 본계약 당시 요구한 금액은 528만원이었다. 이에 조합은 517만원에 합의해 착공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총 500억원 가량 인상된 공사비를 조합원들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총회에서 부결됐다. 결국 공사비 갈등이 조합임원 해임 총회로 이어지면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잠실진주·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 강남서도 공사비 갈등

강남권의 재건축단지도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이호준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이호준 기자]

송파구 잠실진주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수개월째 공사비 인상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은 조합에 3.3㎡당 공사비로 기존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사원가 상승과 마감재 상향으로 인해 공사비 인상과 공사기간 5개월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 폭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시총회에서 공사비 인상안을 상정했지만, 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조합의 지정마감재 대신 직접 마감재를 정하는 방안으로 약 7.5% 가량 낮춘 823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조합은 이번 공사비 인상안에 대해 검토한 후 오는 4월까지 총회를 열고 최종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49층 계획안 조감도 [자료=조합]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49층 계획안 조감도 [자료=조합]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도 공사비 증액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하면서부터다. 지난 2017년 시공자 선정 당시 공사비는 약 2조6,36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8월 기준으로 4조775억원으로 증액을 요청하는 공문이다. 3.3㎡당 공사비는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상향되는 셈이다.

반포1·2·4주구는 지난 2022년 1월 이주를 마무리했음에도 공사비 협의 등의 문제로 현재까지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합임원이 교체된 이후 착공시기와 공사비 조율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로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라리 바꾸자”… 시공자 교체 나선 부산 괴정5구역·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

부산에서는 조합이 과도한 공사비 요구에 ‘시공자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이 조건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사진=부산 정비사업 통합홈페이지]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이 조건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사진=부산 정비사업 통합홈페이지]

부산 사하구의 재개발 대장주로 평가를 받는 괴정5구역은 지난 4일 시공자인 포스코·롯데건설 컨소시엄과의 계약해지를 통과시켰다. 이 구역은 지난 2018년 9월 시공자를 선정하고, 2020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재개발사업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공사비가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롯데는 지난 2018년 시공자 선정 당시 471만원이었던 공사비를 645만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조합과 협의를 거쳐 최종 613만을 제안했지만, 사업성 하락 등을 이유로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총회에서도 시공자와의 계약해지가 통과되면서 해지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게 됐다. 현재 조합은 500만원대에서 시공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가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 그래픽=홍영주 기자]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 그래픽=홍영주 기자]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은 시공자 교체에 성공해 한숨을 돌렸다. 지난달 27일 조합은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자로 선정했다. 3.3㎡당 공사비는 891만원으로 총공사비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GS건설은 공사 자재가격 인상과 초고층 주상복합 건설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지난 2015년 가계약 당시 3.3㎡당 약 55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987만원까지 증액해달라는 것이었다. 조합은 3.3㎡당 807만원을 제안했지만, 협상이 진행되지 않아 결국 해지를 결정하게 됐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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