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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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궁화신탁(대표이사 권준명)이 계약이 해지된 사업장에서 소송을 통해 과도한 신탁보수를 챙겨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강원 강릉시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조합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이후 ‘신탁보수 청구’ 소송으로 약 8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겼다. 정식으로 사업대행자 지정·고시를 받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조합에 불리한 계약상의 조건을 빌미로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받아가면서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연은 이렇다. 강원 강릉시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조합은 지난 2020년 7월 신탁 예비 사업대행자로 무궁화신탁과 MOU(업무협약)를 맺고, 같은해 10월 사업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 2월 총회에서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하고, 해당 내용을 무궁화신탁에 통보했다.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해지된 셈이다. 

조합은 공정성·전문성·신속성 등을 앞세웠던 무궁화신탁을 믿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기대했지만, 예비 사업대행자로서의 역할이 현저하게 미비했다는 점을 해지 사유로 꼽는다. 특히 총 분양수입의 약 3.61%, 무려 29억원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가 조합원들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조합은 2020년 12월 무궁화신탁에 ‘신탁보수 조정’을 골자로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무궁화신탁은 답변이 없었고, 조합에서 같은 달 재공문을 발송했다. ‘보수 조정’ 및 ‘담당자 교체’가 핵심 내용이다. 약 일주일 후 무궁화신탁은 회신 공문을 조합에 발송했지만, 조합의 요구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회신 공문을 통해 연말 연휴와 코로나19로 인해 기한 내에 협의 결과를 답하기 어렵다고만 답변했다. 이에 조합이 계약해지 움직임을 보이자, 무궁화신탁은 보수를 기존 29억원에서 26억1,000만원으로 인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조합은 여전히 수수료가 과하다고 판단했고,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거쳐 2021년 2월 총회에서 무궁화신탁과의 계약해지 등에 대한 안건을 가결했다. 이후 경쟁입찰 절차를 거쳐 다른 신탁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했다. 신탁보수 역시 18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그런데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믿었던 소규모재건축은 무궁화신탁이 제기한 ‘소송’에 발목이 잡혔다. 사업대행자 지정·고시가 나기 전으로 실질적인 업무 추진을 시작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용역비용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무궁화신탁은 같은 해 8월 조합을 상대로 ‘신탁보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약 2년 동안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결과는 1심 재판부는 조합의 손을, 2·3심의 경우 무궁화신탁이 승소했다.

소송 쟁점은 ‘손해배상금 지급’ 및 ‘경쟁입찰을 거쳤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여부다. 무궁화신탁은 조합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신탁보수 약 4억3,500만원 및 손해배상금 2억9,000만원 등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선정 당시 경쟁입찰을 거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1심 판결로 조합이 유리했던 상황은 고법 판단에서 뒤집혔다. 일반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는 관련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궁화신탁이 승소했고, 대법 역시 상고를 기각했다.

문제는 조합이 법원 판결에 따라 약 8억원 가량을 무궁화신탁에 지급하면서 조합원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조합은 법원 판결 후 무궁화신탁에 약 8억원 가량을 납부했다. 지연손해금 연 12%의 이자가 붙어 납부가 늦을수록 조합원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해지됐는데 이 기간에 발생한 보수와 손해배상 비용으로만 무려 8억원이 책정됐고,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합은 무궁화신탁의 낮은 업무 참여도 대비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지만, 계약서상 신탁사에만 유리한 조항들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무궁화신탁이 1심 소송 과정에서 용역비용으로 투입했다고 주장했던 약 3억원에 대한 세부내역도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1심 소송 과정에서 무궁화신탁은 사업에 투입한 비용 약 1,216만원과 PM 용역비 약 2억8,500만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판결문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이 조합의 사무를 관리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투입한 비용 약 1,216만원에 대한 사용내역 역시 접대비 및 출장비로 밝혀졌다. PM과의 용역계약도 체결 주체는 무궁화신탁이라고 일축했다. 결론적으로 무궁화신탁이 조합 사무를 직접 관리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무궁화신탁이 홍보하는 공정성과 전문성, 신속성 등을 믿고 예비 사업대행자로 지정하면서 사업 성공을 기대했지만 제대로 된 업무 협조가 없었고 수수료도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판단에 조합원 이익을 위해서 계약을 해지했을 뿐”이라며 “무궁화신탁은 불합리한 계약서 내용을 토대로 약 8억원에 달하는 신탁보수와 손해배상금 등을 챙겨가면서 소규모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과도 없이 큰돈을 벌었고, 조합원은 막대한 부담금만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편, 본지는 이화연립의 예비 사업대행자였던 무궁화신탁에 정식 공문을 포함한 여러 회선으로 계약서 체결 이후 진행했던 업무, 수수료에 대한 적정성 등을 질의했다. 하지만 무궁화신탁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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