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공자 선정 조기화에 대한 ‘늑장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실속 없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3월 본회의를 열고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이 담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적용 시기는 이달 1일부터로,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업계의 눈길은 교통·학군·직주근접 등 우수한 입지를 자랑하면서도 조합설립 단계에 있는 사업장들로 향했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실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공자 선정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시는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를 시행 중으로, 별도의 시공자 선정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조례 개정으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기화 시키겠다고 했으면 이미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 등 후속 행정조치 마련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조례 개정 약 4개월이 다돼가도록 깜깜무소식인 셈이다.

당장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해도 행정예고 등을 거쳐 실질적으로는 최소 5개월 후에나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올해 시행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는 지난 2018년 12월 건설사의 대안설계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에 대한 행정예고에 나섰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시행에 들어갔다. 행정예고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시는 유독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시기에 민감하다. 상위법에서도 정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례로 늦추면서까지 ‘내역입찰’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행정예고가 늦어지는 이유도 내역입찰에 대한 고집을 넘어 아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장대로 공사비가 낮아지거나 설계변경을 동반하지 않아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내역입찰만 포기하면 될 일이지만, 아집을 버릴 수 없다면 조합이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에는 이 명분을 담아 신속하게 행정예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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