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현대건설의 떼쓰기가 또 도졌다.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자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건설은 입찰이 자기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토지등소유자들을 상대로 협박 아닌 협박에 나선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주말 다수의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입찰공고를 수정하지 않으면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는 뜬금없는 호소에 나섰다. 입찰공고를 수정해 달라는 어이없는 요구의 배경은 뭘까.

사정은 이렇다. 현대건설 직원은 지난달 28일 서초구 반포주공1·2·4주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 시공권을 두고 GS건설과 경쟁을 벌였는데 법원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직원에게 형법상 배임증재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포1·2·4주구의 판결은 여의도 한양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7일 입찰공고를 내면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관한 사항을 뒀다.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문 [누리장터]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문 [누리장터]

이 공고 제5조에는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여 처벌을 받았거나, 소송 등이 진행 중이거나, 입찰 또는 선정이 무효 또는 취소된 자(소속 임직원을 포함한다)’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두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소송 등이 진행 중이거나’에 있다. 현대건설이 반포1·2·4주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하더라도 ‘소송 등이 진행 중이거나’에 해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아예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 현대건설은 현장설명회가 열리기도 전에 난데없이 “입찰공고를 수정해 달라”며 토지등소유자들을 상대로 떼쓰기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것이다”는 유언비어도 서슴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의 내로남불은 과거에도 전력이 있다. 지난해 5월 시공자 선정이 이뤄진 대전 도마·변동5구역 재개발이 대표적이다.

이 구역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입찰 공고의 ‘부정당자의 입찰참가자격의 제한’보다 더 강력하게 규제했다. 당시 공고에는 ‘최근 3년 이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공을 약속하여 처벌을 받았거나(소속 임직원을 포함하며 1심 판결 포함), 시공자 선정이 무효 또는 취소된 자’가 규정돼 있다. 아울러 ‘최근 3년 이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행위를 원인으로 시공자 선정(총회결의 포함)이 법원으로부터 무효(효력정지 포함)로 확인된 경우 그 위반행위를 한 자’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제한경쟁입찰이라든지 소송 여부에 등에 대해 아무런 보이콧을 하지 않고 입찰에 참여해 시공자로 선정됐다. 자사가 유리할 때는 묵인하고, 불리할 때만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을 이용해 정비사업위원회나 조합을 압박하는 모습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인 것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방배 신동아아파트 수주전에서도 경쟁사의 불법을 조합이 묵인했다는 남탓(?)을 시전하며 입찰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조합의 홍보지침을 어긴 쪽은 현대건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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