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매연을 발생시키고,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가 겨울에 눈을 녹이기 위해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은 모두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 고속도로 옆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이런 적법한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가 이 농민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가.

고속도로에 인접한 과수원에 식재된 과수나무 중 고속도로에 접한 1열과 2열에 식재된 과수나무의 생장과 결실이 다른 곳에 식재된 과수나무에 비해 현격하게 부진하였다.

이에 과수원 운영자 갑(甲)이 과수원의 과수가 고사하는 등의 피해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한국도로공사의 제설제 사용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도로공사가 갑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공작물인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매연과 한국도로공사가 살포한 제설제의 염화물 성분 등이 甲이 운영하는 과수원에 도달함으로써, 과수가 고사하거나 성장과 결실이 부족하고 상품판매율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는 통상의 ‘참을 한도’(수인한도)를 넘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자동차 매연이 과수나무에 미치는 악영향이나 차량의 통행량, 제설제의 성분과 제설제가 도달하는 범위, 제설제로 인한 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 등은 객관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를 운영하고 정상적인 범위에서 제설제를 살포하는 것이 위법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하느냐이다. 고속도로 운영 행위 전체를 일체로 본다면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느 시설을 적법하게 가동하거나 공용에 제공하는 경우에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유해배출물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그 위법성을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판단 기준은 유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수인한도)를 넘는 것인지 여부이다.

그 사람에게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인지가 문제되는데 이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1일 평균 교통량이 6만대, 제설작업에 사용된 염화칼슘의 양이 상당한 정도이고 그로 인해 토양의 PH 농도에 영향을 받아 과수의 생육에 악영향을 받았으므로, 고속도로 갓길 끝에서 6~7m 정도 떨어진 과수원에서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과수원을 운영해 온 갑에게는 참을 한도가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정상적인 편의시설에서 발생하는 유해배출물로 인해 의도하지 않는 피해자가 생긴다면,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인지를 세밀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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