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라는 것은 어떠어떠한 사실관계에 대해 어떤 법령을 적용하고 그에 따라 결론이 도출되고 승패가 결정되는 과정이다. 


법령의 해석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도 하고 입법자에 의해 법령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재판에서 법령의 해석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법령의 문언 자체가 모순되거나 불명확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뿐만 아니라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문언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쟁이 전개된다. 


대표적인 조항이 재건축조합설립 동의율에 관한 도시정비법 제35조제3항 및 제4항(구법 제16조제2항 및 제3항)이다. 


제4항은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 정비구역에 포함된 때에는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사람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가 여러 개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한 경우에 1인으로 계산할 것인가, 목적물 수만큼으로 계산할 것인가. 재개발의 경우는 ‘토지등소유자를 1인으로 산정할 것’이라고 법문에 명시되어 있는 반면 재건축의 경우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치밀하지 못한 입법으로 인해 동의요건 미비로 조합설립인가에 하자가 있게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이 제4항 해석에서 ‘토지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분이 3 이상’ 중 어느 한 요건만 갖추면 동의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두 가지 모두 갖추어야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판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된 바 있다.


제3항은 ‘주택단지의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와 ‘주택단지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정비구역 내에 다수의 주택단지가 존재하는 경우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은 주택단지마다 충족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전체 주택단지를 통틀어 구분소유자의 수와 토지면적을 계산하여야 하는가. 공동주택 한 동씩 있는 주택단지 세 개로 구성된 정비구역에서 가장 작은 주택단지의 구분소유자가 10명인데 그 10명 중에 6명만 동의를 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조문은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이 3 이상’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주택단지별로 계산하여야 한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세 개의 주택단지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주택단지 구분소유자 단 한 명의 의사에 전체 정비구역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은 부당하기도 하다. 입법자가 ‘정비구역 내’라는 문언만 추가하였더라면 논란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입법 당시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해석상의 논란이 재판에서 치열하게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정비사업이 침몰하기도 한다. 대법원까지 가 봐야 결론을 알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갖가지 논리가 동원되는 싸움이 이루어진다.
 

김영진 변호사 / 법무법인 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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