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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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위기를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분양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러·우 전쟁 이후 시공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각종 규제로 인해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사업성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부동산 한파 시기보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7만세대를 넘어섰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2만1,480세대에 달했다. 악성 미분양이 2만 세대를 넘어선 건 지난 2014년 7월 이후로 약 11년 만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2013년 12월 집계된 2만1,751호에 근접한 수치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82.5%인 5만3,176세대가 지방에서 발생했고, 수도권은 1만6,997세대로 약 17.3%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수도권이 2,503세대로 지방의 2,524세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수도권도 미분양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반분양을 통해 이익을 발생시키는 정비사업은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2010년대 초반에도 시공자가 공사를 포기하거나,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해 주택거래가 감소하면서 분양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2월 전국 아파트 분양지수는 75.4로 전월 71.4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분양지수가 상승한 것은 지난달 급락에 따른 기조효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결국 기준선인 100.0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과거의 주택시장 침체기와 달리 최근에는 공사비까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정비사업이 더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 인상을 최소화해야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인건비 상향과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대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협상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자가 갈등을 벌이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 출구전략 등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2010년대 초반보다 사업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에도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공사비 인상은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미분양만 해소되면 사업추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택가격 하락과 공사비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재건축·재개발이 시작된 이후 위기는 항상 있어왔고, 결국 살아남은 정비구역들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도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정비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정비사업의 위기를 넘어 생존시대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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