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통계는 경제, 정치, 문화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도 빅데이터 등 통계를 활용한 기술이다. 일상에서 재미로 보고 있는 관상이나 손금, 사주팔자 등도 과거부터 축적된 통계학의 일종인 셈이다.
주택시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기대수명과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통계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방법이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의 주택공급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책임지고 있다. 정비사업의 침체는 주택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결국 주택·건설과 관련한 통계와 지표가 주택공급의 해법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주택연구원, 주택멸실량·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2033년까지 평균 연 40만호 이상 주택 수요 전망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설 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한 주택수요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33년까지 주택수요량은 매년 평균 41만호가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연구는 멸실률법 적용 기준과 생존분석법 적용 기준을 통해 2가지로 주택수요를 전망했다.
우선 멸실률법에 따른 주택수요로는 2024년 44만7,300호를 시작으로 점차 줄어 2033년에는 38만5,200호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평균 주택수요량을 따져보면 41만2,700호로 계산됐다. 수도권이 연평균 24만9,000호의 주택이 필요하고, 충청권이 4만7,800호, 동남권 4만1,400호로 뒤를 이었다. 인구가 가장 적은 제주가 연평균 6,200호로 예상됐다.
생존분석법을 적용한 주택수요는 2024년 47만2,800호이며 2033년에도 45만5,600호가 필요할 전망이다. 연평균 주택수요량은 멸실률법 대비 약 5만호가 더 많은 46만2,300호이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이 연평균 27만1,500호로 가장 많은 주택이 필요하고, 충청권 5만3,900호, 동남권 4만9,300호 등의 순이었다.
특히 멸실률법 기준 연평균 분양은 35만8,600호이여, 임대가 5만4,000호로 전망했다. 생존분석법 기준으로는 분양 39만2,600호, 임대 5만9,100호다. 공급주체별로는 전국적으로 민간이 86.2%을 담당하는 반면 공공은 13.8%에 그칠 전망이다. 사실상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민간이 책임지게 되는 셈이다.
재건축 늘면 주택건설 인허가도 증가… 정비사업이 시장에 영향
주택공급의 지표가 되는 인허가 실적이 정비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면 주택시장을 이끌어 공급 물량이 증가하는 구조를 보이는 양상이다.
실제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재건축 추진구역이 늘면 일정 기간 이후에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재건축을 추진해 실제 착공까지 약 7~8년 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해당 시기에 유사성을 보인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의 ‘연도별 서울시 재건축사업 현황’에 따르면 2006년 재건축 추진구역은 15곳에서 2007년 31곳, 2008년 49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지역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통계에 8년 후를 대입하면 2014년 약 51만5,000호였던 인허가 실적이 이듬해인 2015년 76만5,000여세대로 대폭 늘었다. 또 2016년에도 72만6,000여세대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기록해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감소시기도 유사한 주기로 겹치는 모양세를 보였다. 2009년 재건축 추진구역은 27개였는데, 2010년 19개와 2011년 18개로 각각 줄었다. 이에 따라 주택건설 인허가실적도 해당 연도의 8년 후인 2017년 65만3,000여세대에서 2018년 55만4,000여세대로, 2019년 48만7,000여세대로 점차 감소했다. 이는 재건축이 주택경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전망,
재건축·재개발 추진 상황 따라 직접적 영향 받아
특히 서울시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추진 여부에 따라 실제 아파트 입주 물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급에 대한 정비사업의 의존도가 높은 특성이 반영된 탓이다.
시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서울시 내 아파트 입주전망’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물량과 정비사업과의 관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2023년 11월 당시 2024년도의 아파트 입주물량을 2만5,124세대로 예상했다. 정비사업에서 8,572세대, 비정비사업에서 1만7,380세대를 공급해 입주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발표에 따르면 2024년도 아파트 입주예상물량은 무려 1만2,773세대가 증가했다. 올해 1월로 예정됐던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세대)이 지난해 11월로 앞당겨지면서 입주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올해 아파트 입주 예측물량은 정비사업 지연 등으로 1만5,262세대가 줄어들었다. 2023년 11월 당시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6만3,591세대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3월 발표에서는 4만8,329세대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은 3만2,770세대(전년 예측 대비 1만3,532세대 감소)을, 비정비사업은 1만5,559세대(전년 예측 대비 1,730세대 감소)를 공급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공급량을 기준으로 정비사업이 약 67.8%를, 비정비사업이 약 32.2%를 공급하는 셈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