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홍보인력 명함 사진=조합원 제공]
[삼성물산의 홍보인력 명함 사진=조합원 제공]

서울 용산구 남영동업무지구 제2구역(이하 남영2구역)의 재개발 시공자 선정 과정이 삼성물산 봐주기 논란으로 시끌하다. 조합은 홍보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엔 입찰보증금 몰수에 재입찰 제한 조치를 내렸다. 반면 조합원 개별접촉 의혹에 임대차계약으로 구설수에 오른 삼성물산에는 입찰 무효처리 외에 별 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아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남영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29일 제8차·제9차 대의원회를 열고 입찰에 참여했던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찰지침 위반 소지에 따른 입찰 무효의 건 등을 의결했다. 양사 모두 홍보지침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조합은 대의원회서 HDC현대산업개발의 홍보지침 위반을 문제 삼았다. 전수조사를 통해 조합원으로부터 개별접촉이 있었다는 확인서까지 첨부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개별홍보 건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직접 작성한 사실 확인서 등의 내용을 대의원회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 조합원은 남영2구역 재개발사업지 내 위치한 용산빌딩 8층 삼성물산 용산사업소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 확인서를 썼다. 확인서에는 당시 삼성물산 직원이 “8층 사무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망을 강조”하면서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방문 날짜는 지난 2월 21일이다. 또 다른 조합원들은 같은 날 삼성물산 직원이 자택을 방문해 홍보한 사실을, 3월 중순 삼성물산 직원과 통화한 내용을 각각 확인서를 통해 밝혔다.

조합이 입찰공고를 낸 시점은 지난 2월 20일로, 삼성물산의 행위는 사실상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및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에 위배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각 규정에는 개별적인 홍보와 재산상의 이익 등에 대한 금지조항이 명시돼있다.

문제는 조합도 삼성물산의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대의원회에서는 삼성물산의 홍보지침 위반 등 입찰공고일인 지난 2월 20일 이후 개별접촉이 이뤄졌다는 조합원 확인서 등의 내용은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조합원 소유의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수주를 위한 홍보공간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근 비슷한 규모의 사무실은 평균 보증금 9,720만원에 월 임대료가 972만원으로 조사됐다. 삼성물산은 이보다 비싼 보증금 1억314만원, 월 임대료 1,031만4,000원에 남영2구역 조합원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23년 6월부터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조합이 최초 입찰공고를 낸 시점은 지난 2월로, 임대차계약 기간 안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홍보지침 및 재산상의 이익제공 금지 규정 위반 소지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조합이 삼성물산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조합은 두 번째 입찰공고를 내고 이달 7일 현장설명회를 연다. 입찰마감일은 오는 9월 23일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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