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제2구역(이하 남영2구역) 재개발 수주를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공사비 등의 부문에서 경쟁사인 삼성물산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승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물가상승이 공사비 상승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향후 2년간 증액 없는 확정 공사비를 제안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영2구역 재개발조합(조합장 유택희)은 지난 21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이 각각 참여했다고 밝혔다.
먼저 조합이 입찰지침서를 통해 안내한 공사비 산정 시점은 2024년 6월이다. 당장 내달부터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는 셈이다.
조합은 총 공사비로 약 7,000억원을 책정했다. 다만, 최근 3년 동안 평균 건설공사비지수가 약 8%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뒤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범위는 약 560억원이 산출된다. 2년이 지나면 무려 1,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비용이다.
이러한 가운데 HDC현산은 총 공사비로 약 6,760억원을 써냈다. 공사비 산출을 위한 기준 시점은 2026년 8월로 설정했다. 통상 공사비 산정 시점은 입찰마감일을 기준으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 입찰 후 약 2년 2개월 동안은 어떠한 이유로도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을 앞세워 수주에 성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물산은 총 공사비로 약 6,614억원을 책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유리해보이지만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동반한다.
이 같은 조건대로라면 공사비 부문에서 HDC현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향후 2년 동안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사비 증액 부담 없이 법에서 정한 후속 절차를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영2구역은 지난해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앞으로 건축심의,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HDC현산이 제시한 2년 동안의 확정공사비 제안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이와 함께 HDC현산은 혁신 대안설계를 적용해 조합원들의 만족감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건축회사인 SMDP와 초고층 구조설계 회사 LERA, 컨설팅 그룹 Savills 등과의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SMDP가 설계한 커튼월룩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된 외관을 제안하면서도 용산공원 조망권 100% 확보, 중·대형 평형 최대화, 아파트 서비스 면적 극대화 등을 약속했다.
조합의 분양수입 증대 방안도 고려했다. 오피스텔 고급화와 전용률·분양성을 극대화한 상가계획으로 분양수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재개발·재건축시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며 “HDC현산의 경우 향후 2년 동안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없는 확정공사비를 제안했다는 점은 마진율을 최소화하더라도 남영2구역을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