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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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남영동업무지구 제2구역(이하 남영2구역)이 1차 입찰을 무효로 하고 재입찰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 4월 공고를 내고 6월 21일 시공자 선정을 마감했다.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제안한 대안설계가 문제가 됐다. 주거비율을 임의로 조정하는 등 정비계획에서 벗어난 대안설계가 조합의 입찰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정비계획상 주거비율이 약 57.5%인데도 약 59.9%를 적용했다. 약 2.4%p 초과한 것이다.

조합의 입찰지침서 ‘대안설계제안에 관한 사항’에는 “건축물의 건폐율, 용적률, 최고 높이의 확대, 정비구역 면적의 증가 및 정비기반시설 변경은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도 정비계획 범위를 뛰어 넘는 대안설계를 제시할 경우 입찰자격 제한 또는 무효로 규정했다.

인·허가권자인 용산구청 역시 “시공자 선정을 위한 대안설계에 대한 질의회신 공문을 통해 상업지역 내 세대수 증가를 통한 주거비율 상향이 중대한 변경”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입찰 무효의 단초를 삼성물산이 제공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남영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조합은 지난 29일 제8차·제9차 대의원회를 열고 입찰참여자의 입찰 무효로 인한 유찰 처리의 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의 건 등을 의결했다. 입찰 참여사의 입찰지침 위반 및 홍보지침 위반 등의 이유로 첫 입찰을 무효 시키고, 다시 공고를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삼성물산은 빼고 경쟁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찰보증금 몰수, 재입찰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에게는 회초리를 든 대신 삼성물산에게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조합원 개별접촉 등 홍보지침 위반이 논란이 되고 있다. 조합원 소유의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수주를 위한 홍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차 기간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오는 2026년 6월까지로, 매달 삼성물산이 조합원에게 1,030여만원을 납부하고 있다. 조합이 최초 입찰공고를 낸 시점은 지난 2월로, 임대차계약 기간 안에 포함된다. 사실상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재산상의 이익 제공’으로 법 규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4조에 따르면 홍보를 목적으로 토지등소유자 또는 등에게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또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 제15조에서도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재산상의 이익 등에 대한 금지조항이 명시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영2구역 시공자 선정 진행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오래 전부터 스스로가 강조했던 클린수주 원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대의원회 결과도 삼성물산이 정비계획을 벗어난 대안설계를 제시하면서 입찰지침 위반 단초를 제공한데다 조합원 소유의 임대차계약 논란 등이 불거지고 있는데도 조합으로부터 제제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영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조합은 지난 30일 2차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은 내달 7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오는 9월 23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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