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부의 규제 여파로 재건축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할 바에는 부담금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선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3월 이후 안전진단이 강화된 이후 통과한 아파트 단지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규제로 사업 초기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 곳곳 정비구역 지정 동의율 충족 불구, 추진위 구성 내년 이후로 계획=올해 부활한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에 따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이곳들은 내년 공시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진위승인 시기를 늦춰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7단지의 경우 지난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내년에 추진위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개포주공 내 한 준비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 들어 내년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시가격이 인상된 후 추진위 승인을 받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오금동 가락상아아파트의 경우에도 정비구역으로 지정 받아 추진위 승인을 받기 위한 동의율을 충족했지만 내년으로 추진위 승인 신청을 넘겼다.


실제로 가락상아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 받은 이후 동별 동의요건을 비롯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80%가 넘는 동의율을 충족했다. 그런데도 내년 1월 이후로 추진위 승인 신청을 미룰 예정이다.


상아아파트 내 한 주민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피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올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된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초과이익환수 부담금도 함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초과이익환수 산정 공식, 준공 시점 새 아파트 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 승인일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등 제외=일선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늦추는 이유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부과를 위한 산정 공식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추진위 승인 시점에 따라 부담금 규모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은 준공 시점 조합원 분양가, 일반분양가, 소형 임대주택 등을 고려한 새 아파트 가격에서 추진위 승인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등을 뺀 금액이다. 이 금액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50%의 부담금을 세금으로 부과하도록 한 제도다. 향후 준공인가일 공시가격이 낮을수록, 재건축 추진위 승인일 공시가격은 높을수록 부담금 규모가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일부 사업장들의 경우 국토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방침으로 내년 공시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진위 승인 시기를 늦춰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 강화 이후 통과사업장 ‘0’=올해 초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안전진단을 신청한 사업장들의 규모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는 모두 27곳이다. 이중 26건은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 신청했고, 4곳만 기준을 충족해 통과했다. 이 가운데 서초구 방배동 삼호1~3차와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 등 2곳은 추가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해야 재건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신청한 곳은 1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하반기 재건축사업의 출발점에 설 수 있는 단지는 전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높였다. 만약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반드시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면 사업 진행에 별 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재건축사업 첫 단계를 통과하기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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