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초 강력한 재건축 규제를 시행했다. 집값 상승의 주범이 재건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산정 방식 등에 따라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우려가 번졌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민심은 시커멓게 얼룩졌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각 지자체 수장 후보자들의 정책 개선을 위한 주요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지방선거가 종료되고 나서 가장 먼저 민심 요구를 반영한 곳은 서초구청이다. 조은희 구청장은 취임 이후 첫 정책 행보로 국토교통부에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 구청장은 관내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단지가 많은 만큼 당면한 현안 역시 재건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토부에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현행 산정방식은 객관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합과 조합원, 구청간의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에서다. 


서초구는 지난달 25일 변호사와 회계사, 감정평가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으로 꾸려진 자문단의 심층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산정기준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일례로 종료시점의 주택가액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인근 시세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서초구의 입장이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종료시점의 주택가액 산정시 반영하는 인근 시세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명확한 부담금 결정금액이 산정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과이익환수제는 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격과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제외한 가격을 기초로 산출된다. 즉, 종료시점 가액이 클수록 부담금도 증가하는 과거 기준을 그대로 재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단순히 아파트 평수가 크다고 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되지는 않는다. 해당 단지가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 지하철은 가까운지, 조망은 어떠한지, 대단지인지 소규모 단지인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차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서초구는 단지 규모나 조망권 여부, 역세권 등 위치, 준공시기 등을 비교·반영해 인근시세에 대한 보정률을 적용하자는 개선안을 내놨다.


이 같은 서초구의 요구는 상당히 합리적인 정책 개선안으로 평가 받는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정책을 입안하는 위정자들이 꼭 새겨둬야 할 법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분담금에 대한 귀속분을 강남·북 균형발전에 쓰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취지는 좋지만, 무리한 부담금 징수는 분명한 역차별이다. 민심요구를 반영한 자치구청의 합리적인 정책이 서울시와 중앙정부에도 귀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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