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권 과열경쟁의 뒷모습

 

정부가 강남권 일부 재건축 조합에 대한 점걸 결과 무상 제공품목을 공사비에 포함시키거나, 개별홍보를 하는 등의 부적격 사례들을 적발했다. 해당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나 시정명령, 환수조치, 행정지도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동아 △방배6구역 △방배13구역 △신반포15차 등 강남 5개 조합에 대한 점검결과 총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 발표는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과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정비사업 시공자 입찰 내용의 적정성과 조합의 예산회계, 용역계약, 조합행정, 정보공개 등 조합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한 결과다. 총 76건의 적발사례는 분야별로 예산회계 관련이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용역계약 14건, 시공자 입찰 관련 11건, 조합행정 9건, 정보공개 5건 등의 순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불법행위가 명백한 13건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를, 28건은 시정명령, 7건은 환수조치, 28건은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국토부가 서울시와 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강남 재건축 사업장 5곳을 합동점검한 결과 시공자 입찰 과정에서 무상 제공품목을 대거 공사비에 포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점검반이 점검에 나선 5개 조합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부적격 사례이다.


특정업체의 경우 최대 5,000억원 수준의 무상품목을 유상으로 중복 설계함에 따라 향후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하거나, 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A건설사는 천장형 시스템에어컨과 발코니 확장 등의 20개 품목을 중복 설계함으로써 약 232억원 가량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B건설사의 경우에도 행주도마살균기와 현관스마트도어록 등 19개 품목, 약 109억원 규모가 공사비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합의 입찰기준에 따라 설계에 포함시켜 제안해야 하는 일부 품목을 누락해 공사비를 산정한 사례도 적발됐다. 현재 서울시 공공지원 구역은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입찰자는 조합에서 제시한 설계안을 바탕으로 물량내역서와 산출내역서 등이 포함된 입찰제안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C건설사의 경우 회화나무 19주를, D건설사는 스마트오븐 등 6개 품목을 누락한 상태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E건설사는 욕조 등 4개 품목을, F건설사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을 비롯한 18개 품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사비 포함 항목을 누락시켜 조합원들에게 공사비가 저렴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조합이 제시한 입찰참여 기준을 위배해 설계를 제안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입찰참여자는 예정가격의 범위 안에서 특화 또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대안·특화 방안은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 안에서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사가 조합이 정한 기준범위를 벗어난 대안설계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건설사의 경우 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개별홍보 행위가 적발됨에 따라 처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등록하지 않고 업무를 진행한 업체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배 사항은 향후에도 시장이 과열될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질서 확립과 조합원 권익보호 차원에서 해당 건설업체를 수사 의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건설사의 시공권이 무효가 되거나, 처벌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합동점검 대상 구역들은 도시정비법이 개정되기 전에 시공자를 선정한 곳이어서 사실상 처벌 규정이 모호한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주요 대형건설사를 불러 엄중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과도한 이사비 지급이나 재건축 부담금 지원 등과 같이 사실상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통해 엄격히 처벌한다는 방침이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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