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부동산 대책에서 예고했던 대로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집어 들면서 정비업계가 분양가를 두고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당장 내년 초 부활을 앞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예고되면서 이중 철퇴로 사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재건축 조합들이 자발적으로 분양가 하향조정을 검토하는 등 몸 사리기도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분양가 논란을 피해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따른 피해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내달 주택법 시행령 개정…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도입=문재인 정부가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 공간’이라고 천명한 이후 8·2부동산 대책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재도입을 검토하면서 강남권 재건축시장에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분양가상한제는 치솟는 분양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지자체 심의를 거쳐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사 적정이윤 등을 더해 분양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집값이 급등했던 2005년 공공택지에 먼저 적용됐고, 2007년 민간택지까지 전면 도입됐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주택경기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2015년 4월 민간택지에 한해 상한제가 폐지됐다. 


정부는 이러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 적용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토부는 거래량과 청약 경쟁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정량기준을 낮추는 쪽으로 내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주택법상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가능하지만 지난 2015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의무적용이 폐지된 이후 실제 적용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보니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업장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민간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는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3개월 동안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직전 3개월 연속 평균 청약경쟁률이 20:1 이상인 곳 등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택법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시킬 예정이다. 적용 요건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직전 2개월 동안 해당지역 청약경쟁률이 5:1일 넘거나 국민주택규모 85㎡이하 주택의 청약률이 10:1을 넘는 곳 △분양계획이 직전 월보다 30%이상 감소하거나 사업계획승인·건축허가 실적이 전년대비 급감한 경우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 주택 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이거나 주택공급물량이 청약 1순위 해당자 규모에 비해 적은지역 등이 해당된다.


▲정부, 강남권 고분양가 행진 잡을 것… 2년 동안 3.3㎡당 평균 분양가 약 13.5%p 상승=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완화 카드를 꺼내드는 등 직접 분양가격 통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사업장을 중심으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의무 적용 폐지 이후 분양가가 급등했다는 이유에서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이후 2년 동안 서울지역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약 13.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015년 3월 말 평균 분양가는 3.3㎡당 약 1,938만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지난 6월 말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2,200만원으로 260여만원 상승했다. 아울러 지난해 전국 분양가 상위 10개 단지 중 9곳이 강남4구에 쏠렸고, 이중 7곳이 재건축 단지로 나타났다.


일례로 강남구 한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최고 높은 곳은 4,477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10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면서 대상지역 선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고분양가 책정 관행을 없애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이은 분양가상한제 ‘이중 철퇴’에 사업 지연 우려=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을 중심으로 사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히 강남, 서초구 등 강남권 재건축사업장들의 경우 내년 부활을 앞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이면서 초긴장한 상황이다.


강남권 재건축조합 한 관계자는 “강력한 정부 규제로 집값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면 사업 장기화는 기정사실”이라며 “어쩔 수 없이 분양가격을 낮추게 될 경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높아지면서 사업성 저하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내년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도 앞두고 있다”며 “재건축사업 초기 단지들은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재건축사업장에서 자발적 분양가 하향 조정 검토 움직임도…=강남권 일부 재건축사업장에서는 조합 스스로가 분양가 하향조정을 검토하는 등 몸 사리기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시영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이달 말 예정됐던 일반분양을 연기하는 등 분양가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일반분양 시기를 9월로 미룬 가운데 3.3㎡당 분양가를 당초4,500~4,600만원에서 4,200~4,300만원으로 약 300만원 낮추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일반분양 받을 사람들의 자금줄이 경색되고, 조합과 건설사도 고분양가에 따른 분양가상한제 적용 압박을 받으면서 분양가격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또 서초구 신반포6차 재건축사업장도 당초 3.3㎡당 4,600만원으로 책정했던 분양가를 하향조정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곳곳에서 자발적인 분양가 인하를 검토하는 이유는 특정 단지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해당 지역 전체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한다. 이렇게 되면 조합 스스로 하향해서 책정한 분양가보다 더 낮게 강제조정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강남권을 중심으로 조합과 시공자들이 분양가 하향조정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경우 본보기식으로 해당 지역 전체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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