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교체 소식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사비를 더 많이 받으려는 시공사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조합간의 갈등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조합원의 분담금이 어느정도 구체화되는 관리처분계획 수립단계에서 시공사와의 불협화음은 늘상 존재했던 것이다. 자신의 이익이 상대방에게 손해가 되는 구조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때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큰 명제를 지키면서 양 쪽은 기나긴 마라톤 협상을 벌이게 되고, 대부분 극적인 합의에 이르곤 한다.


하지만 최근의 양상은 궤를 달리한다. 한 마디로 치킨게임에 비유될 수 있다. 치킨게임은 게임의 한 형태로 ‘겁쟁이(chicken) 게임’이다. 일례로 선수 A와 B가 자동차를 타고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생각하기로 하자. 만일 양쪽이 계속 달린다면 양쪽 모두 죽게 된다. 이는 가장 나쁜 결과다. 


만일 한 쪽이 겁이 나서 옆으로 피하면 그 행위자는 겁쟁이가 되어 체면을 잃게 된다. 회피한 행위자에게는 최악 다음으로 나쁜 결과이고, 회피하지 않은 행위자에게는 최선의 결과인 것이다. 만일 양쪽 모두 옆으로 피하면 생명은 잃지 않지만 승리자도 없기 때문에 차선의 결과이다.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조합의 입장은 명료하다. 선정 당시 공사비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등 시공사가 조합원과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또 사업비 조달도 차일피일 지체하는 등 사업추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시공사도 할 말이 있다. 최근 2~3년간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건설사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또 잘 굴러가던 사업장인데도 외부 세력이 개입해 조합의 판단을 흐리게해서 판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과거 대화와 타협이라는 명제는 이제 헌신짝이 돼 버렸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악감정만 쌓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지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역풍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한 몇몇 단지들의 경우 소송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 소송이 장기화하면 사업기간도 지연되고, 오히려 분담금이 증가할 수도 있다. 


시공사 교체 현상이 치킨게임으로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벼랑끝 전술로 상대를 자극할 경우 양 쪽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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