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 시 이곳은 장례식장(요양병원) 예정부지입니다.”


경기도의 한 재건축 단지 내 상가에 걸린 현수막 내용입니다. 대충 감이 오시나요? 네, 이른바 ‘상가 알박기’ 논란이 있었던 아파트단지에서 조합이 상가를 제척하고 재건축을 추진하자, 상가협의회가 내건 현수막입니다.


해당 조합이 처음부터 상가를 제척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가가 단지 중앙에 위치해 있는 만큼 토지 효율성과 사업성 측면에서도 단지를 통째로 재건축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상가 측이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불가능한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조합원과 상가 소유자는 감정적으로 대립하기에 이르렀고, 조합은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상가를 제외한 채 아파트만 재건축하기로 결정합니다. 소송 결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상가 분할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러자 다급해진 상가 측은 재건축에 참여하겠다는 공문을 조합에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조합은 사업이 마무리단계인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상가 소유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상가를 장례식장(요양병원)으로 지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협박(?)성 현수막이었습니다. 물론 단지 내에 장례식장이나 요양병원이 들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상가 측의 현수막을 협박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애교로 봐야 할까요? 제눈에는 버스를 타라고 할 때 타지 않더니, 떠난 뒤에야 안 태워줬다고 생떼를 쓰는 모습으로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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