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은 누구든 조합원 5분의 1 또는 10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스스로 발의자 대표가 되어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 

조합원들을 설득하여 발의서를 걷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발의자 대표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역시 총회비용일 것이다. 보통 총회를 여는데 1억원 전후의 비용이 든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정관은 발의자 대표가 총회의 소집·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그 범위에 자금 집행을 대행할 수 있는 권한까지 포함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조합원 발의 총회는 조합 집행부의 협조가 불가능할 때 비상적으로 개최되는 것이므로 조합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자금 지원을 자처하는 업체가 없다면 발의자 대표는 일단 사비를 지출할 수 밖에 없는데, 이후 조합으로부터 이를 보전받을 수 있을까? 흔히 총회에 성공하면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고 실패하면 보전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조합원 발의 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면 논의는 비교적 간단하다. 발의자 대표는 해당 총회 또는 그 이후 총회에서 지출비용을 승인받은 후 조합에 그 비용을 청구하면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총회에 성공했더라도 지출비용에 관한 별도 승인이 없는 한 지출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급심 중 조합원 발의 해임총회가 성공하여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었음에도 지출비용을 승인하는 총회 의결이 없었다는 이유로 발의자 대표의 비용 청구를 전부 기각한 판례가 하나 있는데, 위 판결은 다소 이례적이며 총회는 조합의 의사결정기관이므로 총회비용은 조합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다수의 판례는 지출비용에 관한 총회의결이 없더라도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권(민법 제739조)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민법 제741조)에 근거하여 발의자 대표의 비용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때 법원이 인정하는 총회비용은 ‘총회 개최 자체에 필요한 비용’으로 한정되며, 총회대행업체 용역비, 서면결의서 징구를 위한 OS용역비, 통신비, 회식비는 ‘총회 개최 자체를 위한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발의자 대표로서는 보전 범위에 관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출비용에 관한 총회 승인을 받는 것이 좋다.   

총회에 실패한 경우라면 발의자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지출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는 것일까. 총회에 실패한 이상 조합원들로부터 지출비용에 관한 승인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인 바, 발의자 대표는 앞서 말한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근거하여 지출비용 중 일부를 청구해볼 수 있다. 

법원은 총회소집공고 당시 발의요건이 제대로 충족되었는지, 총회가 무산되거나 안건이 부결된 사유가 무엇인지, 총회소집절차 및 내용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발의자 대표의 비용 청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법하게 해임된 조합장이 조합원 발의를 받아 조합장으로서 소집한 총회, 법원의 총회개최금지가처분 결정을 무시하고 강행한 총회 등의 경우에는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보아 발의자 대표의 비용 청구 전부를 기각하였고, 정상적으로 소집되었으나 총회 당일 의사·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거나 안건이 가결되지 못한 총회의 경우에는 발의자 대표의 비용 청구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법원이 발의자 대표의 비용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그 총회가 조합에 이익이 된다는 점에 근거하므로, 총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못한 경우라면 비용 청구가 인정되는 범위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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