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대가 있었다. 새집에 환급금까지 받고 들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담금을 얼마나 더 납부해야하느냐를 두고 시공자와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저층 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즐비했던 과거에는 공사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비용이 있었다. 이른바 ‘환급금’이다. 예컨대 5층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30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조합원 분양분을 뺀 나머지 물량을 일반분양하면 공사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현재로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환급금은 저층 아파트 재건축에서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야기다. 이제는 공사비 상향조정을 요구하는 건설사와 조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심지어 시공자는 철거를 마치고 착공을 앞둔 사업장에서조차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 카드를 꺼내든다.

결국 금융비용 부담이 큰 조합은 사업을 추진해야하기에 어쩔 수 없이 건설사 눈높이에 맞춰 공사비를 상향조정하기도 한다. 물론 향후 조합원 분담금 납부 여력이 가능한 곳들에 한해서다.

일각에서는 공사비 상향 여력이 부족한 곳들은 사업이 중단되고 장기적으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 기조가 공사비 상향 등 시장 유동성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감면 시행에 나섰지만, 공사비가 치솟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초과이익 기대감 자체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아직도 곳곳에서는 조합과 시공자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조합은 본계약 당시보다 터무니없는 공사비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면, 시공자는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이를 중재하기 위한 공사비 검증제도라는 게 있다. 그동안 한국부동산원이 도맡아 진해왔는데, SH공사 등도 시범사업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분쟁 사례가 많은 사업장들을 검증할만한 전문인력 구성원이 적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당수 사업장들은 시공자와의 공사비 이견차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이 적극 중재에 나서거나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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