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남자 수감자 11명이 보는 앞에서 재소자와 성관계한 여 교도관’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여성 교도관 G(27세)는 교도소 안에서 수감자 11명이 보고 있는 가운데 남자 수감자와 성관계를 맺었는데, 상사인 M의 신고로 2021.7.3. 경찰에 체포되었다. G는 수감자와 용이하게 성관계를 하고자 교도관 제복에 구멍을 냈고, 수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관계를 갖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러나 G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의 행위를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는 것이 그 대강의 내용이었습니다.

필자는 위와 같은 자극적인 기사의 제목을 보고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참 별난 사건이 현실의 세계에서 정말로 벌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호기심에 기사를 읽어보게 되었는데,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영화같은 사건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G의 변호인은 “감옥에 있는 다른 교도관이나 재소자들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최근 이혼하게 되어 G가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며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에 판사는 G가 초범인 점을 고려하여 징역 7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는 것인데,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은 바로 G가 체포된 지 불과 3일 만인 2021.7.5.에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요? 우선 M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먼저 신고자인 교도관 M의 진술을 듣고 이를 진술조서로 작성한 다음, 피의자인 교도관 G를 소환하여 피의자신문을 한 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이어 수감자인 상대방 남자 재소자를 조사하기 위해 교도소에 방문하여 조사하고 그 진술을 진술조서로 작성한 다음, 상대방 남자 재소자의 수용거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이 모든 수사절차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로 진행한 다음에야 비로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피의자 G를 구속하지 않았다면 송치 후 사건을 배당받은 주임검사가 피의자 G를 언제쯤 소환하여 조사할지조차 알 수 없으며, 설사 피의자 G가 경찰 조사에서 이미 범행 일체를 자백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사는 다시금 피의자 G를 소환하여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내용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다음, 부장검사와 차장검사의 결재를 거쳐 기소(구공판)가 될 것인데, 이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수사절차는 종료된 것입니다.

이후 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을 지정하는데 기소된 이후 몇 개월 또는 무려 반 년이나 심지어는 1년이 지나 기일이 잡히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한편,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고 하더라도 판사는 즉석에서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으며, 형식적으로 조사를 열람하는 방식의 증거조사를 하는 시늉을 한 다음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공판을 종결한 후 지정된 선고기일까지 자신의 사무실에 수사기록을 가져가 읽고서 판결을 선고하게 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수사가 종결되고 사건이 기소되기까지만 하더라도 최소한 2~3개월이 걸리거나 심지어는 반 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기소 이후 제1회 공판기일이 지정되고 제2회 공판기일에서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다시금 수사기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절차입니다.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증거 또한 명백한 사건이므로 검거 또는 소환조사에서 판결 선고까지 단 3일밖에 걸리지 않는 시스템과 자백과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최소 6개월이 넘게 걸리는 시스템 중 어떤 시스템이 선진적인 사법절차인지는 더 논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분명할 것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遲來的正義非正義)”라는 법언이 있는데, 필자는 이러한 번역은 잘못된 번역으로서 그 본래의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의의 실현이 지연된다면 그 자체로 정의 실현은 거부된 것이다’ 따라서 “지래적정의비정의(遲來的正義非正義)”는 “지래적정의반정의(遲來的正義反正義)” 또는 “지래적정의불정의(遲來的正義不正義)”라고 번역하는 것이 위 법언의 의미에 더 가까운 번역일 것입니다.

필자도 얼마 전 본 지면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으나, 돌이켜 보건대 지연된 정의는 그 자체로 또다른 불법이며, 사회적 해악이자 나아가 어떤 경우에는 범죄의 방조 또는 범죄를 조장하거나 범죄자의 범죄의지를 북돋우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정도의 단순하고 순진한 부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역명제, 즉 정의의 반대인 불의 또는 불법,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강력하고 명확한 의미로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B는 2021.5. 조합장 A에 대한 해임을 발의하여 임시총회가 개최되자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를 위조·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이용하였 는바, 조합장 A는 2021.9. 조합원 B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고소하였고, 피모용자 200여 명의 사실확인서와 관련 민사소송의 결정문 및 소송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한편, 고소와 별도로 조합장 A는 민사법원에 조합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한 임시총회결의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임시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조합원 B의 범죄행위와 위법행위에 대하여 일일이 법적 대응을 해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조합장 A 및 조합의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었고, 조합원간 반목과 편가르기,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가 난무하여 조합은 정상적인 의사결정 및 사업추진이 거의 마비될 정도로 방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여하튼 고소장을 수리한 경찰은 긴 수사를 거쳐 결국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는 하였는데 그 기간이 장장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더 걸렸는 바, 그 긴 시간 동안 경찰이 한 수사라고는 고소인인 조합장 A와 피고소인 조합원 B를 한 차례 소환 조사하고, 자신 명의의 서면결의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조합원 200여 명에게 서면결의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는지,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서면결의서를 작성하는 것에 동의한 사실은 있는지 등을 우편 질의서나 전화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고 그 자료를 수사기록에 첨부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재지휘’라는 명목으로 사건을 경찰에 다시 내려보냈는데, 그마저도 송치받은 때로부터 무려 3~4개월이 지난 이후에야 늑장 지휘를 한 것이며, 재지휘 사유 또한 나머지 피모용자들의 동의 여부를 마저 확인하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이에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 내용을 충실히 따라 보완한 후 재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자 이번에는 재지휘를 한 검사가 인사이동으로 타청으로 전출한 뒤여서 사건을 새로 배당받은 검사가 기소든 불기소든 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새로운 검사는 자신이 지휘한 것이 아니고, 사건기록이 두텁고 방대하여 사건 내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사건기록을 그대로 자신의 캐비넷 속에 처박아 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사건기록을 꺼내 읽어보고는 이미 수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몇 마디 재지휘 내용을 적어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이에 검사의 지휘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경찰은 지휘내용의 문구대로만 최소한의 보완수사만을 하여 사건을 검찰에 떠넘기듯 송치하고, 그사이 사건의 주임검사는 또다시 바뀌었으며, 그리하여 또다시 사건을 재배당받게 된 처지의 새 주임검사로서는 사건 내용이 낯설다며 즉시 처리하지 못한 채 망설이게 된 것입니다.

사건이 시계추처럼 검찰과 경찰을 오가는 사이 사건기록은 각 단계마다 새로이 별권으로 철끈을 이용해 묶이게 되어 너덜너덜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바뀐 담당 수사관과 주임검사의 손에서 종이로 된 기록은 닳고 헤졌으며, 소위 형제번호라고 하는 검찰 사건번호만 하더라도 세 개나 부여된 적이 있으며, 재지휘를 한 검사와 보완수사를 거쳐 다시 송치받은 검사가 서로 달라 지휘내용대로 수사가 보완되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채로 새로운 주임검사는 윗분들이 관심을 갖고 재촉하는 다른 사건에만 파묻혀 아직 이 사건기록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송치 후 석 달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은 2021.9. 처음 고소한 때로부터 무려 2년 6개월이 경과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 B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조합장 A와 검찰 및 경찰을 싸잡아 비웃기나 하는 듯한 태도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입장이면서도 두려움에 떨기는커녕 자중자애하지 않고 또다시 조합장 A를 해임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소집하겠다며 발의자 대표이자 조합장 직무대행이라는 직함을 자의로 사용함으로써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위조 등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으며, 조합장이 비선실세의 조종을 받고 있다느니, 조합 임원들이 고령으로서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치매 노인들이라는 등의 비방과 명예훼손 행위 또한 서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종종 검사는 ‘재지휘’라는 명목으로 사건의 처리를 미루거나 복잡한 사건에 대한 법리나 사실인부에 관한 판단을 합법적으로 미루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경찰의 수사가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한 경우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사의 형사소송법상 수사지휘 권한이 행사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지만, 단순히 사건의 처리를 미루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검사의 수사지휘 권한이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번 또는 두 번쯤 보완수사나 재지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두 번의 수사지휘에도 불구하고 끝내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된다면, 그 경우에는 3·4차 계속하여 수사지휘를 할 것이 아니라 검사가 사실을 확인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은 직접 하고, 보완이 불가한 경우에는 그 상태에서 결론을 내어 기소든 불기소든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사건관계인, 즉 고소인이나 피의자 모두에게 주어진 형사절차상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검사의 사건 부담이 가중되고 잦은 검사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사건의 재배당을 피할 수 없다는 검찰의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고소로부터 2년 6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검찰의 처리 지연은, 그 자체로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등의 또다른 불법이라고 생각되며, 나아가 피의자인 조합원 B의 법 경시 태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조합장과 조합원 및 경찰과 검찰마저 무시하고 조롱하듯 제2, 제3의 불법을 서슴지 않게 악의 편에서 방조하는 등 또다른 범죄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연된 정의는 그 자체로 이미 불의이자 불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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