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의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제2호는 ‘제18조제1항·제2항, 제19조, 제26조제5항 또는 제27조제3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정한 목적이란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실현하려는 의도가 사회통념상 부정한 것으로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실현하려는 목적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고 당해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격, 개인정보가 수집된 원래의 목적과 취지, 개인정보를 제공받게 된 경위와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6.16. 선고 2022도1676 판결).

한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는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1.2.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참조). 

물론, 공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정보열람·복사를 요청한 사람은 제공받은 서류와 자료를 사용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활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제124조제6항). 일부 조합원은 위 규정을 근거로 조합원 명부를 확보하여 조합임원을 해임하는 총회에 나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정비사업의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조합원 명부는 적극 공개되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철저히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대법원 2022.6.16. 선고 2022도1676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것인데,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의 조합원이 조합 임원에 대한 해임안건이 담긴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제3자가 이전에 개최된 주민총회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제공받은 토지등소유자 명부 등을 바탕으로 작성하여 보관 중이던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은 행위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이 위 사안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위 대법원 판결로 위 사건의 피고인은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위 사건의 1·2심 판결 모두 대법원과 달리 유죄로 판단하였다는 점이다. 사실관계를 보면, 위 사건의 피고인은 조합임원을 해임하는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개인정보인 조합원 명단을 조합이 아닌 제3자로부터 받았는데, 대법원은 피고인이 해임 총회 요구자의 대표로서 조합장 권한을 대행하여 해임 총회를 소집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위 판결을 두고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이라면, 제3자로부터 자유로이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확대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위 판결에서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해임 총회 요구자의 대표였고, 해당 조합이 조합원 명단의 복사요청을 거절한 사실 등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제2호의 부정한 목적을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기에, 기초 사실관계가 달라지면 법원의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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