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제1항제4호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할 때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정하면서, 이를 위반한 조합 임원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총회 의결은 사전 의결을 의미하며, 사후에 추인 의결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미 성립한 도시정비법 위반의 죄책이 소급적으로 불성립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민사적 측면에서의 계약 유효성은 형사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살펴보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4호를 위반한 계약은 민사적으로도 무효로서 효력이 없다. 

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무효이므로, 계약 상대방이 총회결의의 필요성을 몰랐다거나 총회결의의 존재 유무에 대하여 오인하였다는 사정 등은 계약의 무효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인 계약이더라도, 대법원은 총회에 의한 사후 추인이 있는 경우 계약의 민사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해당 판결은 무효행위 추인의 법리에 따라 총회의 사후 추인을 인정했다(대법원 2013다38961). 

본디 무효행위의 추인이 있더라도 그 무효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인한 것일 경우 원칙적으로 추인이 허용되지 아니하나(대법원 2014다204178, 대법원 2001다77352), 그 강행규정이 법률행위의 당사자의 보호를 위하여만 작동하는 경우 그 당사자의 진의에 기한 추인이 있다면 유효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다91831).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의 총회의결에 관한 강행규정은 절차적 권리 보장을 통하여 조합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의 규정이므로, 당사자인 조합원들의 총회의결을 통하여 사후 추인이 이루어진 경우 무효행위 추인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총회의 사후 추인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까. 민법 제139조는 무효행위의 추인의 요건으로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총회의 사후 추인도 조합원들이 ‘계약이 사전 총회결의를 받지 못하여 무효’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 판례들은, 계약의 무효사유에 대한 설명 없이 ‘기 수행업무 추인의 건’과 같은 추상적인 표현의 안건이 의결된 사실만으로는 사후 추인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반면, 안건에 구체적인 무효사유를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합원들이 무효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사후 추인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실무상 기존 수행업무를 일괄하여 보고적 성격의 추인 안건으로 상정하거나, 계약의 무효사유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적법한 계약인 것처럼 추인 안건을 상정하는 사례들이 있으나, 이는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사후 추인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계약에 대한 사전 총회결의가 없어 도시정비법위반 혐의로 조합장에 대한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그 처벌 수위에 따라 조합장 직위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계약의 민사적 효력에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총회의 사후 추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형사 죄책의 성립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점은 앞서 살핀 바와 같으나, 상당수의 하급심 판결들은 사후 추인을 받았다는 사정을 양형 사유 중 하나로 설시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조합장으로서도 사후 추인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한결 달리 느껴지지 않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