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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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의 정비사업 신탁방식 수수료율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탁사 간 싼 수수료율 경쟁으로 주민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되레 저가 수주에 따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목동13단지 전경[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목동13단지 전경[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서울 양천구 목동13단지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예비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지침서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신탁수수료율이다. 수수료율이 낮을수록 유리한 배점 구조이기 때문이다.

목동13단지 예비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에 따르면 선정 기준으로 기업평가(25점), 실적평가(30점), 입찰가격평가(45점)로 정했다. 입찰가격평가가 사실상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이 크다.

입찰가격평가는 세부적으로 상한액(20점), 요율(15점), 계정대 이자율(5점), 최저가 수준 보장 동의(5점)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상한액 200억원 미만과 요율 0.35% 미만으로 제안해야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 세대당 수수료도 최저가에 동의해야 유리하다.

이를 두고 업계는 저가 수수료율 경쟁이 과거 시공자 수주전에서 나타났던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또 저가 수수료만을 위한 배점기준으로 인해 실적이나 경험이 적은 신탁사만 참여하게 돼 사업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낮은 수수료율이 주민들에게는 눈앞의 이익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신탁사를 선정하는데 저가 보수를 내세워 실적을 쌓겠다는 것은 신탁업계에 대한 불신만 불러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책임준공형 신탁에서 부실이 늘어나면서 신탁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총합은 2,49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년 당기순이익 총합 6,426억원과 비교해 61.2% 급감한 수치다. 이런 신탁사의 실적 저하는 신용등급 강등과 자본 조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신탁사들은 수수료율이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이나 책임 준공형 토지 신탁(책준신탁)을 잇달아 수주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신탁수수료율도 3~4%대로 높았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장이 침체되면서 상황은 변했다. 수수료율은 2%대까지 떨어졌고, 공사비 급등과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신탁사에게 위험이 전이됐다. 

통상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에도 수수료율은 2~3%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입지가 좋고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0.35%의 수수료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목동13단지 수수료율이 저가인지, 적정가인지 현재 예단할 수 없지만 신탁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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