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의외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지난 2001년 9월 건축법에 ‘리모델링’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당시 건축법 시행령에는 ‘사용승인을 얻은 후 20년 이상 경과되어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축물’이라는 표현으로 최초 리모델링을 규정했다. 

이후 2003년 11월 주택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현재 리모델링사업의 모법이 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2003년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은 유사한 시기에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정부의 무관심 속에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소외되고 있다. 타법개정을 포함해 총 110번이 넘은 개정 절차를 거친 도시정비법과 비교하면 리모델링은 도입 당시의 제도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왔다. 내력벽 철거를 비롯해 층수 상향, 면적 확대 등에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 결과 실제 준공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리모델링 제도 도입 이후 20년이나 흐른 현재까지 안정성 확보를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리모델링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안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민간 부문에서 쌓아놓은 기술력에 대한 검증만 했더라도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지금보다는 훨씬 활성화됐을 것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현재 소가족이나 1인 가구 등으로 세대수가 늘어 주택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세를 감안하면 지금처럼 주택공급량을 늘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신규 주택을 무작정 공급하기보다는 이미 건설된 주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탄소배출로 유발되는 기후 온난화의 심각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분야별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건설 분야에서는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단순 주택공급 논리만으로 리모델링을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주택공급이 필요한 곳과 주택의 대수선, 정비가 필요한 곳은 분명 다르다. 지난 20년간의 공백을 매울 리모델링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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