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을 포함한 여러 동의서에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제36조). 이때 신분증명서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를 가린 사본을 첨부한 경우 동의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까.

그 정도는 괜찮은 것 아닌가 하는 직관적인 답이 떠오르기는 하나, 어느 행정청의 정비사업 질의회신에서는 신분증명서 사본은 가린 곳 없이 온전하게 제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를 가린 신분증명서 사본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도 있는 것을 보면 마냥 쉬운 문제는 아닌가 보다.

법률 문언만으로 명확한 해석이나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런 법률 규정을 만든 목적이나 취지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답이 쉽게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도시정비법 제36조가 각종 동의서에 신분증명서 사본을 첨부하도록 한 취지는 무엇일까.

이는 해당 동의서가 타인이 위조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라는 점을 보충적으로 담보하기 위함일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신분증명서 사본의 ‘형태’는 곧 동의서를 작성한 본인의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으면 충분할 것이다.

법원도 도시정비법 제36조가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이러한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통하여 동의서를 작성한 사람과 동의서에 작성명의자로 기재된 사람의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대구고등법원 2019누2498 판결).

그렇다면 신분증명서 사본에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가려진 경우 동의서 작성자와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 지장이 없을까.

이를 위해 예컨대 도시정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보면,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토지등소유자는 인적사항으로 ‘성명, 생년월일, 주민등록상 주소, 전화번호’를 적도록 하고 있다(제8조제3항 별지 제6호서식).

이처럼 신분증과 비교하여 인적 동일성을 확인해야 하는 동의서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생년월일을 적도록 하고 있는 바, 첨부한 신분증에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가 없어도 앞자리에 해당하는 생년월일까지 남아 있으므로, 동의서의 인적 기재사항인 ‘성명, 생년월일, 주민등록상 주소’가 맞는지를 신분증과 대조하여 일치 여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적어도 동의서와 신분증을 대조하여 인적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는 무용한 기재에 가깝다. 동의서에 첨부된 신분증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없더라도 동의서를 작성한 사람의 동일성과 신원을 확인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가리고 신분증을 제출한 동의자의 본의는, 위조한다는 의사라기보다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만은 최소한으로 보호한다는 선의였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도 도시정비법 제36조가 신분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한 취지가 신원확인을 위한 것임을 전제로, 동의서에 첨부된 신분증명서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가려져 있더라도 ‘신원의 확인이 가능한 이상’ 동의서는 유효하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2누44226 판결).

따라서 동의서에 지장 및 서명날인 후 신분증까지 첨부되었다면, 신분증에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가려졌더라도 동의서는 유효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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