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조합임원 선임 과정에서 하자가 있는 조합장이 향후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더라도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임정엽)는 지난달 17일 A재개발구역 조합원이 조합장 B씨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조합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한 만큼 직무대행자로 변호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사건은 이렇다. A재개발구역의 조합장이었던 B씨의 당초 임기는 지난 2022년 4월 22일까지였다. 하지만 2021년 5월 임시총회에서 해임과 직무집행정지가 결의됐고, 조합원들의 요청으로 법원에서는 임시조합장을 선임했다.

이후 2022년 1월 임시조합장은 총회를 개최했고, 조합장 선임의 건에서 B씨가 조합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총 투표자는 1,232명으로 B씨가 562표를, C씨가 192표를, D씨가 478표를 각각 획득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임시총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항고심 법원은 조합장 선임결의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B조합장은 2023년 1월 정기총회를 개최해 참석 조합원 1,369명 중 870명의 찬성으로 ‘조합장 선임 결의 추인’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은 다시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조합장 선임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조합장 선거에 우편에 의한 방식으로 투표를 하는 경우에는 선거인이 직접 투표용지를 우편발송해야 하고, 선거일 총회 개최 전까지 선관위에 도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우편 투표용지 회송용 봉투에 우체국 수인이 없는 경우는 무효로 처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회송용 봉투에 우체국 소인이 없는 110개의 투표에 대해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선거 당시 조합장 당선자와 차순위 득표자의 표 차이가 84표(562표-478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효표가 득표차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또 조합의 선관위가 개표를 시작하기 전에 투표함을 열고 투표용지를 넣은 후 다시 봉인하는 방법으로 투표함을 관리한 점도 문제가 됐다.

결국 조합장 선임결의는 절차상 잘못으로 인해 선거의 공정이 현저히 침해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조합장 선임결의가 무효인 상황에서 조합장 선임결의를 추인한 것도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조합장 선임결의의 하자는 사소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정도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합장으로 당선된 채무자가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찬-반’의 형식으로 추인했더라도 당초 선거 절차에서의 중대한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