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비리 논란이 사법부의 철퇴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업계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건전한 정비사업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건설사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3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과거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 당시 금품·향응 등을 제공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 9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총회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1억원이 넘는 금품을 130여차례에 걸쳐 제공했다는 점이 문제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공동사업시행자를 선정한 만큼 시공자 처벌 조항에 대한 적용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공자와 공동사업시행자를 별개로 보고 대응한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공동사업시행자 선정도 시공자 선정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당시 서울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만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동사업시행자의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도 선정이 가능했다. 즉, 단계별 선정 시기만 앞당겨졌을 뿐 공동사업시행자 역시 시공자 지위와 동일하다고 본 것이다.

핵심은 현대건설이 금품·향응을 제공했는지 여부다. 현대건설은 재판 과정에서 공동사업시행자 선정이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 처벌조항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또 다른 의미는 금품·향응 제공 자체를 인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잘못은 저질러놓고,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대동해 법 규정을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면서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갈 궁리만 한 셈이다.

이번 판결로 매스컴이 떠들썩하다. 자칫 정비사업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지는 것은 아닌지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이 크다. 

건설사는 기업이다. 기업은 이익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제공된 금품·향응 등은 결국 조합원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건설사는 자정하고, 자성해야 한다. 수주 과정에서 시공권 확보에만 혈안이 된 채 달콤함을 앞세워 조합원들을 현혹시키기보다는 시공 기술력 등 자사의 능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해야 한다. ‘공정경쟁’의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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