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 발기인 또는 임원의 정보공개의무 및 그 위반 시의 처벌에 관하여 규정하고(주택법 제12조, 제102조), 국토교통부의 지역주택조합 표준규약은 “조합 임원으로 선임된 후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에는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이사회 의결에 따라 직무수행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표준규약 제18조제4항), 대다수의 지역주택조합 규약은 이를 따르고 있다.

이에 다수의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장이 정보공개의무위반에 따른 주택법위반죄로 기소된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하고, 이에 조합장이 불복하여 이사회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하거나 이사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화에서는 위 표준규약 제18조제4항과 동일한 규약 규정을 두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이 주택법상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하여 주택법위반으로 기소된 경우 이를 조합장의 직무수행자격 정지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에 관하여 짚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의정부지방검찰청은 A 지역주택조합의 B 조합장이 조합의 실적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이사회 의사록이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한 내에 공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주택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하였다.

이에 A 지역주택조합의 감사는 B 조합장에게 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한 뒤 B 조합장이 이를 거부하자 직접 이사회를 소집하였고, 이사회는 B 조합장의 직무 정지를 의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이사회).

이에 B 조합장은 A 지역주택조합을 피고로 하여 이 사건 이사회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한편, A 지역주택조합을 채무자로 하여 이 사건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처분), 이 사건 가처분에서 B 조합장은 자신이 기소된 내용(주택법 위반)은 그 사안이 경미하고 조합장 개인이 책임져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직무를 정지할 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의정부지방법원 2024.1.11.자 2023카합5163 결정)=채무자 조합 규약 제18조제2항은 임원이 직무와 관련된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이사회 의결에 따라 직무수행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데, 채권자는 2023.10. 직무와 관련된 ‘주택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되었고, 이를 이유로 채무자 조합은 이 사건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사들 과반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채권자의 직무정지를 의결한 것이므로 여기에 채무자 조합 규약 위반이나 내용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위반내용(기소내용)이 조합장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한 사안이 경미한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4. 검토=사안과 같이 지역주택조합이 표준규약 제18조제4항에 따른 “조합 임원으로 선임된 후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에는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이사회 의결에 따라 직무수행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둔 경우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의 범위에 관하여 법원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예컨대 서울고등법원은 주택법위반죄로 약식기소된 것이 해당 사건 지역주택조합 규약 제18조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임원의 직무정지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해당 사건 규약 제18조제2항에서 임원의 자격정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직무와 관련된 형사사건’은 직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형사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여 사업을 종결해야 할 필요성과 비교형량을 통하여 직무집행 정지가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로 해당 지역주택조합에 미치는 위해가 현저하고 급박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표준규약 제18조제4항 후문에서는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벌금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임원은 그 날부터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 2020.10.27.자 2020라21052 결정은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정보공개청구를 이행하지 않아 주택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은 사안에서, 위 규정에서 말하는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에는 벌금 이상의 형의 약식명령의 발령도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면서, 위 약식명령의 공소사실은 해당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의 직무와 관련되었음이 명백하므로, 해당 사건 위원장은 위 약식명령을 발령받은 날부터 해당 사건 규약의 규정에 의하여 위원장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한 바 있다(부산지방법원 2021.10.7.자 2021카합10446 결정도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였다).

위와 같이 법원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대상 사건 결정은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하여 주택법위반죄로 기소된 경우, 그 형사사건의 사안이 경미한지와 무관하게 위 규약 규정에 따른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으로 보아 직무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의미가 있다. 위 규약은 조합장의 직무정지사유로서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의하여 설립되고, 주택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조합원을 모집하고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등 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규율하는 기본법으로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진행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을 주택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법은 제12조에서 조합장의 의무로서 정보공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바, 위 제12조에서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로 규정한 문서에 관한 정보공개의무는 조합장의 직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주택법에서 조합장의 의무로 정한 정보공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조합장이 ‘주택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조합장의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으로 보는 것이 문언의 해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위 규약 규정은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의 경중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바, 대상 사건 결정의 판단은 규약 문언을 그 객관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임원의 기소에 따라 그 직무를 정지함에 있어 표준규약은 ‘이사회의 의결’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사회의 소집권자는 조합장이므로 ‘조합장’이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조합장의 직무 정지를 위한 이사회를 누가 소집하여야 하는지도 문제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1.4.29. 선고 2020가합12907 판결은 조합장이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음에도 그 직무정지를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사 및 이사회에서 의견진술권을 가진 감사에게 조합장의 직무정지 및 임시 조합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의 소집권한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조합장이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지역주택조합의 감사가 조합장에게 직무정지를 위한 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한 뒤 조합장이 이에 불응하는 경우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대상 사건 사안도 그와 같은 절차에 따라 조합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하였는데 대상 사건 결정은 이러한 소집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것임을 전제로 이사회결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이 표준규약 제18조제4항과 동일한 규약 규정을 두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임원이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하여 주택법위반죄로 기소된 경우 해당 형사사건은 일응 ‘그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에 해당하여 직무정지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음을 고려하여 지역주택조합 이사회가 임원의 직무를 정지하고자 할 경우 해당 조합의 주택건설사업의 추진을 위하여 직무집행 정지가 반드시 필요한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이에 관한 논의의 경과를 이사회 회의록에 충실히 기재해 둘 필요가 있다.

나아가 지역주택조합사업 일선에서는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자의 무분별한 정보공개청구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조합장이 주택법 위반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이는 조합장의 자격정지 및 자격상실 문제로 이어져 사업 진행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바,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상 정보공개의무의 이행 여부에 관하여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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