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주택은 더 이상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공간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지난 1970년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강남은 대규모 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섰고, 부자의 상징이 됐다. 대규모 개발은 세간의 관심이 됐고,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불완전한 정책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는 평가다. 총선용 표심잡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로 지난 10일 내놓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핵심은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하거나 안전진단 면제까지 검토하겠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파격적이다. 

문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두 가지 사업유형 선택지를 두고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의 경우 정책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사업 추진 기대감이 커졌다. 반면, 리모델링은 정책 홀대에 심리적 위축감이 커지면서 위기론이 번졌다. 일부는 재건축으로의 사업유형 전환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하고, 매몰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전진단 완화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다수의 야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진단 면제 또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반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등의 절차를 한창 진행 중인데,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없다.

도시계획측면에서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충분하게 고려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통상 재건축은 전체 건립 세대수에서 조합원분양분 등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으로 사업성을 충당한다. 정부는 ‘광역적 재정비’를 목표로 두고 있다. 기존보다 세대수가 늘어날 텐데, 이에 따른 인구수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강남이 개발됐던 시대는 주택공급이 부족했다. 주거환경도 열악했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정부는 부작용 없는 구도심 재정비에 초점을 맞춰야하지만 규제 완화만 강조한 ‘광역 재정비’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택정책은 세심해야 한다. 시행령에서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고, 현실성을 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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