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의 한 재건축 현장에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해당 구역은 일반적인 조합이 아니라 신탁자 시행방식을 채택하였는데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않았던 토지등소유자가 전체회의를 앞두고 사업시행자 지정동의서를 제출하였을 때 이미 소집통지까지 마친 상황에서 이들에게 의결권을 인정하여야 하는지 논란이 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이슈는 일반적인 조합시행방식에서 논의 가치가 더 크다. 재건축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비조합원이 특정한 조합원 총회를 목전에 두고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했을 때 이들에게 해당 총회에서의 의결권을 즉시 부여할 수 있을지 다투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의결권을 부정하는 입장. 이들은 뒤늦은 동의서 제출의 저의를 의심한다. 사업 참여 의사가 없던 사람이 특정안건에 관한 총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요량으로 느닷없이 동의서를 제출하는 데는 건강하지 못한 의도가 숨겨져 있어 의결권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다. 

이미 총회 소집공고나 통지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안건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이들에게 의결권을 인정한다면 적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존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이 무력화되고 조합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조합 신규가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행정청의 신고 수리가 있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어서 단순히 조합설립동의서 제출만으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규범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논거를 덧붙이기도 한다.

반대로 조합설립동의서 제출만으로 조합원 가입을 인정하고 즉시 의결권이 주어져야 타당하다는 입장. 이들은 도시정비법령의 해석상 토지등소유자의 재건축조합 가입은 조합설립동의서 제출만으로 완료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동의서 제출과 동시에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고 즉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는 조합설립동의서 제출만으로 조합가입과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고 의결권을 부여하는 입장이 옳다고 본다. 뒤늦게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한 자가 안건에 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조합의 의사결정이 왜곡된다는 주장은, 개별 조합원마다 천차만별인 ‘안건 이해도’를 기준으로 조합원 지위나 의결권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것은 사실과 규범 양 측면에서 근거가 희박한 점, 안건 사전 통지는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를 촉진하고 조합원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거꾸로 특정의 조합원 지위나 의결권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소집공고나 통지 즉시 서면결의를 제출함으로써 총회 개최 시까지 보장되는 시간적 여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 해당 서면결의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데 조합가입이 늦은 경우도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찬성하기 어렵다.

대응이 까다로운 것은 도시정비법령이 신규 조합가입에 신고를 요구하고 행정청의 수리가 있어야 비로소 조합가입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율하고 있다는 논거다. 개정 전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인가 받은 사항의 경미한 변경에 관해 단순히 신고의무만을 규정해 조합원 교체나 신규가입의 경우 행정청에 대한 신고나 그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먼저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2021년 개정 이후 경미한 변경 사항 모두 수리가 필요한 신고가 되어 행정청의 수리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해석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신고 수리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행정청과의 관계에서 대외적, 행정적으로 공식화된다는 정도의 의미이고 조합 내부적으로 조합원 지위나 의결권은 조합설립동의서 제출 시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향후 사법부의 명확한 입장이 정립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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